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원 Aug 19. 2016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 그들의 진짜 이야기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인터뷰라고 하면 으레 '두유 라이크 김치?' '두유 노우 강남 스타일?'하는 순전히 인터뷰어 중심의 인터뷰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터뷰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또 그를 존경하는 사람이 진지하게 임하는 인터뷰를 읽으니 눈도 뇌도 깨끗하게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그 인터뷰이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들, 예를 들자면 헤밍웨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이름이 빼곡히 보이니 책을 통해 '소설 쓰는 비법'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더 설레기도 했다.
이 책의 제목이 작가란 '누구인가' 가 아니라 작가란 '무엇인가'인 것처럼,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꾸며지지 않은 실제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마치 매일 아침 작업장으로 나가는 시계기술자들 같았다.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만 다를 뿐.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 -p8

작가 김연수의 여는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의 선입견과 달리 작가들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치열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감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어 앞에서 그들은 천재성이 아닌 끊임없는 연마를 통해 자신의 소설이 이루어졌음을 기꺼이 고백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지적 훈련 방법은 무엇일까요? 
ㄴ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떨까요?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글쓰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집을 나가서 목을 매야 합니다. 그리고 가차 없이 목매는 밧줄에서 끌어내려져야 하고, 죽을 각오로 남은 삶 동안 최선을 다해 쓰도록 스스로 강요해야 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목매는 이야기로 시작할 수 있겠지요.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우리 모두는 우리가 꿈꾸는 완벽함에 필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가능한 일에 얼마나 멋지게 실패하는가를 기초로 우리들을 평가합니다. 저는 만일 제 모든 작품을 다시 쓸 수만 있다면 더 잘 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중략) 이론을 좇아 글을 쓰는 젊은 작가는 바보라고 해야겠지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통해 스스로 배우도록 하세요. 사람들은 실수로만 배웁니다. 훌륭한 예술가는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충고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는 최고의 허영심을 갖고 있지요. 옛 작가를 존경하더라도, 그는 그 작가보다 더 잘 쓰기를 바라지요.

 - 윌리엄 포크너



또한 작가들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될 때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매우 현실적인 이유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레이먼드 카버의 고백이 알려주었다. 

레이먼드 카버


살아남고, 공과금을 내고, 식구들을 먹이고, 동시에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고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여러 해 동안 쓰레기 같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려고 애쓰면서 제가 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한 권에 2~3년이 걸리는 소설을 쓸 방법이 없었어요. 다음 해나 3년 후가 아니라 당장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이나 시를 썼지요. 삶이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지요. 

- 레이먼드 카버



12명의 작가들은 저마다의 철학과 경험으로 저마다 특색 있는 책을 써 내려간다. 작가를 지망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신의 삶에 퍽퍽함과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 또한 이 책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작가 또한 고된 노동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작은 위안을 얻을지 모르겠다. 

또한, 부록처럼 유명한 작가들이 일에 있어서 자신의 아내에게 의지하고, 검토를 받고 조언을 받는 모습은 본받고 싶은 결혼생활처럼 느껴져서, 치열한 삶 속에서 존재하는 로맨스 또한 함께 느껴지니 금상첨화다.


무라카미 하루키


아내는 제 책의 첫 번째 독자예요. 제가 책을 쓰면 일단 그녀에게 의지하지요. 저에게는 파트너나 마찬가지예요. 피츠제럴드에게 젤다가 첫 번째 독자였던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시리는 제 첫 번째 독자이며, 저는 그녀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소설을 쓸 때마다 매달 그녀에게 읽어줍니다. 아니면 쓴 것이 20~30쪽에 이르면 읽어주기도 합니다. (중략) 그녀는 항상 놀랄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난 말을 해줍니다. 전 그 충고를 따르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폴 오스터


매거진의 이전글 완전한 타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