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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Apr 18. 2017

사랑하지 말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


사랑은 언제 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완벽해서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을 때?

그런데 우리 인생에

모든 것이 완벽한 시기가 과연 오긴 할까?

인생은 항상 크건 작건 삐그덕거리기 마련이라,

그렇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가 사랑해야 한다면

우리는 늙어버릴지 모른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랑을 하지 말아야 할 때,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도 있을까? 


그리스, 시리아 


'난민'이라는 단어는 나라를 잃고

한참이나 굶어 팔뚝엔 뼈가 드러나고

피부는 검게 그을린

흔들리는 눈빛의 사람들.

난민은 미디에서 언제나 그렇게 소비되어왔다.

내전으로 나라를 잃은 시리아 난민이

과연 사랑할 자격이 있을까.

나라가 위험에 빠져,

다른 나라의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면서도

사랑에 빠져도 되는 것일까.


타인의 눈으로 그를 바라볼 때

그는 시리아 난민이지만,

그에게도 어엿한 이름과 직업이 있다.

그의 이름은 파리스,

직업은 예술대학을 다녔던 예술가이다.

그리고 그는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는 당연히 사랑에 빠질 권리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시리아 난민이 아닌,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준

파리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다프네가 있다. 






그리스, 스웨덴


엘리제와 지오르고가 서로의 직업을 알고 있었다면 둘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엘리제는 인수합병 시

인력감축을 수행하는 실무 리더로,

지오르고는 인수합병을 위해 수행되는 감원의

위기에 빠진 사람이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다시 상처를 받는

그들을 보며

사랑의 아름다운 면 만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면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그리스의 아름다운 면뿐 아니라,

숨기고 싶은 어두운 면도 함께 보여주듯이. 




그리스, 독일


독일은 유럽의 강대국으로

그리스의 경제위기 시 금융구제책 등을 통해

큰 도움을 준 나라이다.

하지만 독일인 세바스찬은

그리스의 슈퍼마켓에서 만난 여인을

시혜의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눈빛에선 위플래시의 악덕 교수의 모습은

티끌만큼도 볼 수 없다.


슈퍼마켓에서의 데이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이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그들은 서로를 만났지만

그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청춘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다.

다음 날은 어떤 날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얘기는 청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음 날은 어떤 날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제정세가 사람들의 인생의 영향을 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너무나도 그렇다.


전쟁이 나면 사람들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듯,

그리스의 경제위기 역시

그리스 사람들의 인생을 휘젓고 만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위기가 우리 앞에 놓인다면,

우리는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설령 사랑하면 말아야 한대도,

사랑에 빠지는 것을 우리 마음대로 막을 수는 없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의 주인공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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