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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원 Jul 04. 2017

슬프지만 아름다운 동화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우리나라의 노인 치매율은 약 10%라고 한다.
수치에 따르면 내 주변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를 앓게 되는 것이다. 

세상과 아름답게 작별해야 할 시기에 하나둘씩 세상을 잊어가면서
결국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조차 잊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겹겹이 쌓인 추억을 선물처럼 풀어보며 인생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추억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인생을 마친다는 것은 그 어떤 비극보다도 잔인한 사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우리 주위에 결코 드물지 않은 병인
치매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낸다. 

"노아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수학만 잘하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남자는

어느덧 노인이 되어 하루가 지날수록 기억을 하나둘씩 잊어버린다.  

그가 믿었던 이성적인 세계가 기어이 그를 배신하고 만다.

추억이 없었다는 사실보다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갖고 있는 추억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두 손에 가득 쥔 모래가 빠져나가는 걸 보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슬퍼도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항상 뭔가를 놓치면서 사는 거야."

우리는 항상 하루를 무언가로 채워 넣으려 한다. 

공부든, 일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루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비어있는 그 틈으로 여유와 추억이 생긴다. 


그래서 한 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학이라 믿었던 남자도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손자와 함께 서로에게 가장 쓸모없는 것을 선물하며 즐거워하는

그 사소한 순간을 기꺼이 행복해한다.


아들 테드가 어렸을 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실은 쓸모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아들과 놀 시간을 쉬이 마련하지 않는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되어 그 사실을 깨달은 뒤에 아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미안함을 뒤로한 채 아들을 대신한 손자 노아에게 최선을 다한다.

어쩌면 세상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의 유대감은
이렇게 사소한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지 모른다.



제 손을 왜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 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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