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vs 셔터 아일랜드
사람들은 어디까지를 '세상'이라 생각하며 살아갈까? 대부분에게 '세상'은 세계, 즉 지구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같은 지구를 살고 있어도 어떤 이의 '세상'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좁은 범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읽으며 스릴러처럼 긴장되면서도 음침한 섬의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떠올랐는데, 책과 영화를 다시 보니 두 세계는 닮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달랐다.
섬은 배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한 마음대로 뭍으로 나갈 수 없다는 지리적 특징이 있다. <당신들의 천국>의 소록도라는 섬은 문둥병이나 나병으로 불리던 한센병에 걸린 자들이 격리수용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반면, <셔터 아일랜드> 속 섬인 셔터 아일랜드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수용되어있는 공간이다. 두 섬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들을 격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세상'이다. 그리고 두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의 통제 하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유를 찾아 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들과 이 섬에 자유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두 작품의 큰 줄거리이다.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사람들은 섬에서 탈출하려 노력한다.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병자들이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할 때 섬안에 어떤 걸림돌이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섬에 대해서 무지한 조백헌이라는 사람과 함께 섬을 동행하는 것처럼 글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씩 보고 듣고 깨닫게된다. <셔터 아일랜드>의 이야기 역시 테디 다니엘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조백헌의 노력에도 그 섬이 자유를 찾지 못하는 사회적 이유를 보여준다. 그 섬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 따라 그 섬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기를, 혹은 변화하지 않기를 원하는 데에서 갈등이 촉발한다.
반면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섬의 사회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섬 안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히게 된 테디의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이 탐구한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 섬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에게 존재하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그가 꾸는 꿈을 통해 간헐적으로 던져준다.
"당신은 앞으로 이 섬과 섬사람들을 위해 당신이 시작하고자 하는 일에 일신을 위해서는 물 한 모금 사사로이 취하지 않을 것임을 자비하신 주님과 여기 모인 증인들 앞에서 서약하시겠습니까?"
-p184, <당신들의 천국>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당신'은 조백헌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이야기의 초반에는 그러하다. 섬의 사람들은 섬을 낙토로 만들겠다는 조백헌을 믿지 못한다. 그가 소록도를 천국을 만들고 싶어하는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를 감시한다. 그 천국에 자신들의 자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백헌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다.
<셔터 아일랜드>에서 테디는 이 섬에 누군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 섬의 관리자들이 그런 사람은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한번 의심이 간 테디는 자신이 직접 그것을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믿지 않으려 한다. 마치 소록도의 사람들이 조백헌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들의 천국>의 작가 이청준은 조백헌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감춤으로써 그가 믿어도 되는 사람인지를 독자들조차도 알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 다른 주요 인물들의 과거는 회상씬이나 단서를 통해 점점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이 어떤 과거에서 비롯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소록도 주민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조백헌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그의 이야기는 오로지 소록도에 들어온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소설이 조백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선의인지 아닌지는 독자들조차 쉽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조차 마찬가지이다.
"괴물로 평생을 살 것인가,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영화 <셔터 아일랜드>
테디가 영화의 마지막 씬에서 던지는 대사는 영화속 상대방에게 묻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자신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게되는데 중요한 점은 '믿음'이다.
다른 이들이 당신을 천국으로 가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믿고 당신은 오늘을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의심으로 눈초리로 더 큰 자유를 위해 혼자 탈출을 무릅쓰거나 누군가를 찾아낼 것인가.
과연 믿음과 의심에 끝에 각각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