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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해섭 Mar 29. 2019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1

2019 인디다큐페스티발

**이 글은 영화제 개막 전 작성되었습니다.

어느덧 봄의 영화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2월과 3월 초의 마리끌레르 영화제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지난 영화들을 돌아보며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3월 말에 개막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여는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은 5월의 전주국제영화제와 10월의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점을 거쳐 12월의 서울독립영화제로 한 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하루 시간을 내어 야심차게 영화제로 향해 흥미로운 시놉시스의 영화를 발권해도 그 작품이 반드시 완성도 있으리란 법은 없다. 물론 전주나 부산은 웬만하면 믿고 볼만 하겠지만, 다른 여러 영화제의 경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괜찮은 영화를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가 엿보는 것이다. 하지만 imdb, rottentomatoes, metacritic에는 한국 독립영화가 있을 리 없고, 와이드 릴리즈 되지 않는 대부분의 영화제 작품의 경우 본 사람도 얼마 없기 때문에 왓챠 별점도 표본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면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지난 영화제로 보는 이번 영화제> 시리즈에서는 해당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이 이전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물론 상을 탔다고 해서 꼭 작품성이 좋으리란 것도 아니고, 수상 경력이 없다고 별로란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간이 한정된 대다수의 관객에게 한 편 한 편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소중하고, 이 방법은 그나마 가장 확률 높게 좋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이다. 첫번째 영화제는 어제(3월 21일) 개막한 인디다큐페스티발이다.
*매번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는 작품들은 기획 특성상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품성이 좋으면 1년 내내 웬만한 영화제를 다 순회하니 얼마 뒤에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사의 희로애락> 장윤미 감독
2018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
2018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공사의 희로애락>


<어머니가 방에들어가신다>, <늙은 연꽃>에서 각각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찍었던 장윤미 감독이 아버지를 찍은 <공사의 희로애락>을 내놓았다. “내 아버지보다는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고 싶다”는 애초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진지하게, 한편으로는 유창하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하는 감독의 심정은 다소 생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직접 카메라를 잡고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며 풀어내는 아버지 이야기는 더욱 나아가 그 세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3월 23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3월 27일 오후 8시 30분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사수> 김설해, 정종민, 조영은 감독
2018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


<사수>


창조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심종두 전 노무사가 설립한 회사로, 노동조합의 설립이나 운영에 법적 자문 등의 통상적인 노무사 업무와는 달리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KT,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KEC, 갑을오토텍, SJM, 영남대의료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 피해를 입은 사업장이 셀 수 없다. <사수>가 이야기하는 곳은 유성기업이다. 유성기업이 노조 파괴에 맞서싸우던 도중, 운동에 함께해오던 한광호 씨가 목숨을 끊는다. <사수>는 장례를 미루고 계속 이어지는 투쟁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분열되고 일하던 도중에도 수시로 몰려오는 무력감을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웃음을 비추기도 한다. 심종두 전 대표와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은 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그들의 싸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3월 23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3월 27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김군> 강상우 감독
2018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김군>


1980년 5월, 광주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지만원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며 위 사진 속 인물을 이른바 광수 1호로 지목한다. 강상우 감독은 당시 현장에서 목격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존자들, 시민들, 사진 기자들을 만나며 '김군'이 누구인지 탐문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가 누구인지 마지막에 결국 밝혀내는 수사의 영화가 아니다. 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내놓는 이야기들의 조각들, 그리고 그들이 불러내는 수많았던 '김군'들을 상기시키는 이 영화는 2019년 지만원의 주장에 국회의원들까지 동조하는 시점에서 40여 년 전의 역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씁쓸히 마주하게 한다.

3월 24일 오후 4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3월 25일 오후 3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2018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특별언급

<기억의 전쟁>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이길보라 감독이 신작 <기억의 전쟁>을 만들었다. 그의 할아버지 가족들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다. 그는 생전에 이길보라 감독에게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작품도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기억의 전쟁>은 당시 우리 군에 의한 양민 학살 피해자의 입장에서 베트남전을 다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모든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당시 사회, 그리고 구조에 의한 피해자라는 것도 이야기하는 <기억의 전쟁>은, 다만 이제는 우리도 책임 의식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위해 행동할 때가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3월 25일 오후 8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로그북> 복진오 감독
2018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언급


<로그북>


'로그북'이란 잠수사들의 잠수일지를 말한다. 영화 <로그북>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잠수사 강유성 씨는 희생자들을 수습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위험한 작업이 될 수 있었지만 묵묵히 자신들의 작업을 수행했던 강유성 씨와 다른 잠수사들은, 아수라장인 현장에서 한 명 한 명씩 시신들을 뭍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수색이 장기화되고 동료 잠수사가 사망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다가, 해경은 뜬금없이 방법을 바꾼다며 이들에게 수색 중단을 통보한다. 육지로 돌아온 그들 중 일부는 다시는 잠수 일을 하지 못하고 각자 다른 일을 찾아 떠난다. 그들 중 한 명이 쓴 당시의 로그북을 통해 참혹하고 아팠던 당시를 되돌아본다.

3월 26일 오후 6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기프실> 문창현 감독
2018 부산독립영화제 대상


<기프실>


'기프실'이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영주댐 때문에 지금은 수몰된 마을의 이름이다. <밀양 아리랑>의 조연출이었던 문창현 감독은, 당시 기프실에 살았던 할머니를 따라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던 <기프실>은 이를 자연에 대한 관점으로 확장해 자원, 관광 개발과 상업적 논리로만 대해온 자연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참고로 <기프실>은 작년 5~6월에 있었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부터 상영되었기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월 24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3월 27일 오후 6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



<야만의 땅> 예르반트 지아니키안, 안젤라 리치 뤽치 감독
2014 Ibn Arabi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est Feature Film


<야만의 땅>


예르반트 지아니키안, 안젤라 리치 뤽치 감독은 뤽치 감독이 작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파트너로 함께 활동해왔다. 그들의 합동 작업은 1970년대 시작되었다. 주로 전쟁, 학살, 식민주의를 다룬 파운드 푸티지 필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었다. 그들의 2013년 작품 <야만의 땅>은,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를 우리 안의 파시즘을 걱정이라는 형태로 감각하며 생성되는 불안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날것의 필름 이미지들에 힘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3월 24일 오후 2시 30분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3월 28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









참고 링크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2535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13082#09T0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97689.html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81010000298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010 
https://iffr.com/en/2018/events/big-talk-yervant-gianikian-angela-ricci-luc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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