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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복 May 23. 2021

07레지 시스템과 재고 시스템1

가게를 연다는 것은 손님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사업은 늘 B to B로 거래처에 청구서를 보내면 기한 내에 지정 계좌에 입금이 되는 것이었다. 가게는 B to C로 책을 한 권 팔 때마다 그 자리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가게 운영의 기본이기도 할 부분이다. 

현금뿐만이 아니라 카드결제며 각종 교통카드 이용이 많아졌으니 레지 시스템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른 책방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먼저 보고 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여러 책방들을 순례하였다. 지금까지는 책방에서 고르고 사는 행위만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 책방은 어떤 레지 시스템을 쓰는가, 영수증의 스타일은 어떤가. 책을 담아 주는 봉투는 어떤 것인가. 책을 건넬 때 어떤 포즈로 건네는가. 계산할 때 주고받는 대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리처럼 서적을 수입하여 파는 곳을 모델로 삼았다. 이탈리아 서적을 취급하는 이탈리아 서점이며 러시아, 중국의 서적을 취급하는 전문점이었다. 레지 시스템 만이 아니라 재고관리를 어떻게 하는가도 볼 참이었다. 책거리 선전 홍보를 담당해 줄 사사키 시즈요상과 함께 돌기로 했다.


100년 넘게 중국 서적을 취급하는 우치야마 서점에 갔다. 1층부터 3층까지 00평이 되는 곳으로 중국 원서와 함께 일본어로 된 중국 관련 도서는 물론 아시아 각국의 책들도 다양하게 취급하는 곳이다. 한국사 전이며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소설 코너도 있다, 물론 우리 쿠온의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도 번호대로 꽂혀있었다. 

중국 원서를 어떻게 팔고 있는가. 한 권 한 권 마다 손글씨로 쓴 슬립이 끼워져 있었다. 책을 중국에서 들어오면 이렇게 일일이 끼워 놓고 팔 때 슬립을 빼놓으면 그 날 그 날 어떤 책을 팔았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슬립에 일일이 써넣어야 하는 일이 번거롭겠다 싶었다. 레지는 현금통이 있고, 받은 돈과 거스름 돈의 액수가 찍힌 단순한 영수증이 나오는 것이었다. 책의 제목이 찍히는 것을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이탈리아 서점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5평이 될까 말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지만 스탭만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재고를 쌓아두는 곳인가 싶었다. 역시 슬립에 손글씨로 책 제목을 써 놓고 있었다. 영수증도 우치야마 서점과 같은 스타일. 좁은 카운터에도 책이 쌓여 있고 스텝은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반 손님보다 대학이나 도서관을 주거래처로 운영이 되는 곳으로 보였다.

스포츠 용품 가게들이 많은 곳에 위치한 러시아 서점에도 들렀다. 유쾌한 러시아 여성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러시아 서점이라기보다는 러시아에 관한 책도 구비한 안내소 같은 이미지였다. 책에 대한 전문성이 느껴지지 않아 둘러보다가 러시아 원서를 한 권 사서 나왔다. 책에는 슬립 등이 없었고 책 뒷면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영수증을 달라고 하자 상용의 영수증에 손으로 써주었다.

레지 시스템이나 재고 관리에 대한 기준치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실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심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할까.



다음은 영어 고서를 취급하는 키타자와 서점에도 가보았다. 키타자와 서점 역시 100년이 넘은 고서점이다. 키타자와 이치로상은 2대째 오너로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하는 분이다, 한국 손님들이 많다 보니 한국어를 배워 대응을 하는 분이다. 쿠온이 주최한 파주 북시티 투어에 딸과 함께 참가하여 지금은 가족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키타자와 서점의 재고관리는 특이하였다. 슬립은 슬립인데 책 사이에 끼워 넣는 게 아니라 책 표지의 안쪽 페이지에 씰 형태로 붙여 놓는 스타일이었다. 씰은 가운데에 절선을 넣어 반쪽은 책에 붙이고 나머지 반쪽은 팔렸을 때 손으로 떼어내 매상 장부에 붙여 놓는다. 재고관리와 함께 매상 관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영수증은 역시 우치야마 서점과 같이 조그만 종이에 받은 돈과 거스름 액수가 찍혀 있을 뿐이다. 천정까지 빼곡하게 가득 찬 고서들. 만들어진 지 100년, 200년도 더 넘은 책들도 있다. 이 많은 책 들 속에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나요? 검색 시스템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치로상은 빙그시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다 있지요!” 하였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레지를 꾸릴 것인가, 가늠이 안 섰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찾아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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