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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an 19. 2022

엄마에게 받고 싶은 것이 있다

배움의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을 보며 배운다. 내가 배웠던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닌 걸 깨닫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음미체만 재능이 아니구나. 공부도 재능이구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재능이구나.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는 어린 내게 ‘내가 널 가르치기만 하면 전교 1등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난 너에게 고기 잡아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고전적인 멘트로 날 들들 볶아댔다. 엄마는 늘 혼자 알아서 하게 두었다. 뭔가 잘못되어도 알려주지 않았다. 비가 와도 우산 한 번 들고 학교에 온 적 없고, 숙제 좀 갖다 달라고 전화해도 네 잘못이라며 그냥 혼나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스타트업 정신에 노출되어 스타트업 하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교육관 덕분에 엄청나게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랄  있었으나 마음 한편에는 내가 어린 시절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이 필요한 순간에 있어줄  있는 사람이 되어줄  있기를 바랐다. 내가 엄마가 필요했다고 믿었던 순간에 아이들에게도 있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타인의 손에 키우기보다는 부족해도 내가 직접 키우고 싶었다. 엄마가   있는 안정감을 마음껏 주고 싶었다. 그러나 타고난 성정과 교육받은 과정이 살갑고 따스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엄마로서의 삶은 다소 버거웠다. 그저 넓고 느슨하게 자리를 잡고 아이들을 돌보았다.   있는 만큼 천천히.


아이들은 엄마가 잔소리가 많다고 불만이 많다. 특히 악기 연주할 때면 연습하는 5분의 시간 내내 내 입은 쉴 줄을 모른다. 예전에 연습했던 바이올린 악보가 머릿속에 외워져 버렸다. 그래, 나도 안다. 문제가 크다. 아이들에게는 대재앙일 것이다. 심플리 피아노 악보를 보며 연주하다가 미 플랫을 한 백개쯤 놓치면 슬슬 머리에 열이 오른다. 기대한 음과 다른 음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나만 힘들다. 애들은 그저 즐겁다.


외워서 연주하면   같아서 좋단 말이야!’ 악보  보고 연습하라고 잔소리하는 내게 첫째는 항변한다. 계속 잘못 연습하는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 안 되는 부분을 제대로 반복 연습할  완성도가 높아진다. 반복 연습은 재미없다.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하는  특히 더욱 그렇다. 내가  엄마에게 받고 싶었던  이런 관심이었다. 내가  되는 부분이 뭔지 알려주고, 같이 연습해주는 .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받아주는 . 내가 해주고 싶은 엄마를 직접 해보니, 애들도 힘들고 나도 벅찼다.  시간이 없다. 즐거움을 어디서 찾을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오늘은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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