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중심이 없고, 취향이 없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결혼 준비인 것 같다. 그때처럼 여자가 행복한 시기가 없다는데, 쇼핑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냥 일이 너무 많은 것처럼만 느껴졌다. 귀찮았고, 힘들었다.
뭘 사야 할지 모르니, 아무것도 안 사겠다는 내게 친정엄마는 지금 사야 한다며 이것저것 권했다. 신혼이라면 꼭 있어야 한다는 그릇, 너무 올드한 반상기 등등 친정 엄마가 새것으로 가지고 있다가 한꺼번에 우리 집에 버린 듯한 (새 상자에 들어 있는) 그릇 세트, 손님이 올 때 필요하다는 교자상, 손님 밥그릇, 국그릇까지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집에 손님 오는 경우는 1년에 한 번도 없는 경우가 허다한데 말이다.
사은품으로 받은 컵, 선물로 받은 컵도 너무 많았다. 신혼 선물로 받았던 로열 알버트 티세트는 10년 간 모셔두기만 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 졌다.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고 말이다.
결혼하면서 억지로 맞춘 한복도 애물단지였다. 동생들 결혼할 때 한복 몇 번 입긴 했지만, 남편 한복은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한복 입을 일이 조금도 없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결혼 준비하면서 마련한 한복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샀던 가격을 생각하면 그냥 드림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하지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입지 않았으니 옷장 윗자리만 차지할 뿐이었다. 심지어 한복 색이 살짝 바랜 것 같다. 폐백과 스튜디오 촬영 때 한번 입었을 한복인데, 10년간 박스에 갇혀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취향 없는 결혼 준비가 남겨져 있는 것들을 지금 당장 정리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지금 하지 않으면, 결혼 2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언젠가 쓰지 않을까 망설이며, 남겨둔 아이템은 지난 10년 간 1번에서 많이 써야 5번 정도에 불과했다. 언젠가 요리를 잘해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의 나를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었다.
나는 그렇게 빨리 쉽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 정리해두고,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다시 사면될 일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한결 정리가 편해졌다. 내가 마음의 중심이고, 내가 직접 고민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그렇게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누군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마음에 좀 더 귀 기울이기로 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