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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Jul 10. 2020

2020 상반기 결산

두구두구

2020 상반기가 끝났다.

이렇게 허탈한 기분이라니! 2020년 시작되었다고 파티하고 그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Before Corona, After Corona라는 말처럼,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제일 먼저 아이들 학교와 학원이 멈췄고, 사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집밥과 배달음식의 시대가 열렸으며,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신나게 쓰기도 했다. 바깥 외출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소소한 공사(싱크대 철거, 페인트칠)를 진행했다. 어반웍스에서 마음에 드는 가구도 주문했다. 2월부터는 서울시청 일도 시작했다.


공간에 대한 생각


주말이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는 우리 집의 경우, 집이란 잠깐 머물러 잠만 자고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의 역할이 컸다. 둘 다 패러글라이딩에 심취해있던 시기에는 주말 내내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갈 곳이 없으면 동네 공원에라도 가서 아이들과 반나절씩 시간을 보냈다. 평일에도 노느라 바빴다. 유치원이나 학교 끝나고 나면 바로 놀이터로 달려가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가끔 집에 있는 날이면, 배달시켜 먹거나 외식하거나 차로 15분 거리인 시댁에 갔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바빴고, 주말에 못한 집안일을 대충 수습하는데 그쳤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시는 도우미 이모님께 살림의 모든 것을 일임했다. 6-7년 정도 이모님을 썼지만, 항상 더 나빠지기만 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나는 늘 집안일을 미뤄두었고, 이모님은 본인 집이 아니니 문제 생기지 않을 만큼만 하셨다. 잠깐 깨끗했다가 오래도록 더러워지는 일이 길어졌다.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다. 작년 가을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십 년간 차곡차곡 쌓여 있던 쓰레기를 정리하고, 내 욕심도 함께 버렸다. 백일 정도 버리고 나니, 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졌고, 남편에게도 변화가 왔다.


2020 상반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소파를 바꿨고, 소파 테이블과 TV장을 바꿨다.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고,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을 철거하고 원목식탁을 놓았다. 자전거, 킥보드 등으로 정신없던 현관에는 공간을 띄워서 신발장을 새로 제작했다. 원래 달려있던 붙박이 장식장도 철거하고, 깔끔하게 다시 짰다. 오래된 조명들을 교체했다. 큰 공사 없이도 집은 한결 예뻐지고 깔끔해졌다.



좋은 가구를 사는 데에만 투자해서 공사비도 얼마 안 들었다. 가격 대비 만족감은 말도 못 할 정도로 높다. 집에 고여 있던 해묵은 쓰레기를 정리한 기분이다. 앞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예쁜 베란다가 남았다. 정리는 끝났고, 약간의 단장이 필요한 상황. 이번 주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 천천히 해나갈 예정이다.


‘정리’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면, 예전에는 ‘노동’, ‘하기 싫다’, ‘귀찮다’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깨끗함’, ‘기분 좋다’, ‘힘들지 않다’가 떠오른다. 공간이 주는 힘과 공간이 가진 변화를 몸소 느꼈기 때문일까?


몸의 변화

첫 출산을 경험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나는 정형외과 단골손님이었다. 가볍게는 손목 인대가 늘어나고, 허리 통증, 목 어깨 결림이 있었고, 크게는 추간판 탈출로 인해 한 달 정도 집에서 누워만 있기도 했다. 신경주사, 체외충격파, 도수치료, MRI 등등 돈도 많이 쓰고, 시간도 많이 썼다.


한참 아프다고 징징거리고 있는데, 정형외과 의사가 내게 진지하게 말했다.


“아직 정형외과에 돈 쓸 때 아닙니다. 예쁜 운동복 사서 운동하는데 돈 쓰세요. 지금처럼 근육 없으면 나중에 큰 일 나요.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운동 말고, 1:1 PT를 받던가, 필라테스를 하세요.”


항상 운동을 했었던 나였다. 요가, 패러글라이딩, 방송댄스, 자전거, 테니스 등등을 늘 했는데, 운동을 하고 나면 늘 더 아팠다. 속근육이 없는데, 어떻게든 운동을 하려다 보니 계속 안 좋은 근육을 쓰게 되어 아프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1:1로 운동하면 비싼데.... 망설이던 내게 남편이 얼른 운동하라고 부추겼다. 뭘 하든 병원비보다 쌀 것이라며 말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1:1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별 것 아닌 동작들로 시작했다. 호흡, 분절, 허리 공간 있고 없고 등등. 별 것 하지도 않는데 시간이 흐르자 병원 가는 횟수가 차츰 줄었다. 뻐근함이 느껴지던 허리, 능 결리던 목과 어깨, 콕콕 쑤시던 무릎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상반기에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정형외과에 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고,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올랐던 데다가, 운동도 꾸준히 못했는데도 그러했다. 제대로 된 운동과 집에서 조금씩 했던 홈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병원에 가지 않았던 상반기! 필라테스 원장님과 (엄마를 늘 8000보 이상 움직이게 하는) 활기찬 아이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로컬의 재발견


지금까지 해외여행 콘텐츠로 돈을 벌었다.

해외여행 패키지 회사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여행 관련 콘텐츠를 작성하고, 해외출장도 잦았다. 국내 여행은 정말이지 손꼽을 정도다. 집에서 2시간 정도면 닿는 강원도만 줄기차게 찾았고, 아이를 핑계로 항상 가던 곳만 갔다.

해외여행의 길이 막히고 나니, 제일 먼저 동네를 재탐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동네 놀이터였다. 동네 이웃들과 소소한 파티(?)를 즐겼다. 자그마치 12년을 살았던 동네였는데, 그동안 몰랐던 콘텐츠들로 가득했다. 루프탑 영화관이 열리는가 하면, 보물찾기, 개구리 잡기, 사생대회, 지도 찾기 등등 무궁무진했다. 동네 이웃들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더해져 더 풍요로워졌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인생이 별건가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맘 편하게 먹고, 건강하게 살자.

2020년 상반기 결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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