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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Oct 28. 2020

공간이 달라졌다. 삶이 시작되었다

베란다, 실내와 실외를 잇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재편성이다.


그 시작은 거실이었다.

https://brunch.co.kr/@cuorange/42


다음에는 부엌.

https://brunch.co.kr/@cuorange/47


마지막으로 대망의 베란다가 시작되었다.



비포 사진


베란다는 우리 집에서 가장 뷰가 좋은 공간이다. 아파트 단지 가장 앞 동이라 전말이 트여 있다. 예봉산도 바로 앞에 있다. 아침이면,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는 물안개가 핀다. 가끔 해 뜨는 순간을 목격하기도 한다.


아침이면 이 공간에서 나 혼자 조용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우당탕탕 마음껏 놀며 시간을 보낸다. ㅠㅠ


베란다 인테리어의 목적은 실내공간과 실외공간의 중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가족이 다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남편과 와인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간단해 보이지만, 6월에 끝난 부엌 인테리어 이후 꽤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12년 동안 ‘좋은 공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프터 사진

그랬던 베란다가 이렇게 바뀌었다.

인조잔디를 깔았고, 캠핑 테이블과 체어를 두었다. 군데군데 화분을 놓았다.

파키라, 몬스테라, 포인세티아와 사진 속에는 없는 클리핑 로즈메리까지. 삭막했던 공간에 식물이 함께 하니,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나만의 작은 정원이 만들어졌달까.

에어컨 선은 큰 돌멩이를 사서 가렸다.

이렇게 꾸민 베란다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향을 태운다.

명상을 하는 기분으로, 잡념이 사라지는 마음으로...

작은 공간이 향으로 가득해지면, 마음이 더 풍성해진다.

인조 잔디 재단을 잘못해서 남은 공간은 돌로 채웠다.

재단 잘못하기 잘했다 싶을 만큼 이 곳이 있어서 진짜 정원 같은 느낌을 준다.

판석도 놓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서 ㅠㅠ 강자갈로 합의했다. 20kg에 만원 정도라 가격도 착하다. 단, 흙이 많아서 씻느라 힘듦 주의 ㅠㅠ

침실에서 이렇게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암막커튼을 걷으면, 나만의 정원이 짠 하고 펼쳐진다.

어스름한 새벽에는 이런 분위기.

밤에는 노트북을 놓고 넷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난로까지 켜놓으면 안방보다 더 따뜻하다.


올해 초만 해도
밥 먹을 공간이 없었는데,
두 개나 생겼네!


신랑의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앉은뱅이 탁자에 오손도손 밥 먹던 것이 불과 작년이었다. 아일랜드 식탁 철거하고 지금의 식탁을 놓기까지 밥 먹을 변변한 공간이 없어서 밖으로 나돌았다.


항상 동네 빵집에서 주말 아침을 해결했는데, 이제 는 베란다에서 먹는다. 둘째가 만들어주는 고구마 샐러드 샌드위치도 먹었다. 첫째는 계란 프라이와 베이컨을 구워주었다.


공간이 달라지니 삶이 달라졌다. 아침 시간이 풍요로워지고 풍성해졌다.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무궁무진한 계획이 생겼다. 우리 여기서 어묵탕에 도쿠리 마실까? 우리 여기서 매운탕 먹으면서 도시어부 볼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행복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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