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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imagine Nov 03. 2020

문호리에 집을 얻는다면..

친구 따라 문호리 간다

주말 아침, 온 가족이 뒹굴거리면서 누워 있을 때였다. 신랑이 갑자기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친구가 수지에 살고 있는데, 문호리에 땅을 샀다는 것이었다. 내년 봄부터 집을 지어 내년 말에는 이사 갈 계획이라고 했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필지가 남았으니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평당 200만 원, 180평가량이라고 했다.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



테라로사에서 커피도 한잔 먹고, 땅도 보는 일정으로 잡았다.



테라로사 서종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나만 혼자 집에 있었나 싶을 만큼 억울했다. 맛있게 커피도 먹고, 선물가게도 둘러보고, 고양이도 쫓으러 다니고, 단풍도 실컷 봤다. 아이들도 신났고, 나도 설렜다.





자,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가 볼까.


신랑 친구가 알려준 지번을 누르니, 테라로사에서 3분 거리다. 서종중을 끼고 들어가는 주택단지였다. 리틀 평창동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도 고급 외제차였다. 신랑 친구가 샀다는 땅은 현재 지반 공사 중으로 12월 중에는 끝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뷰가 끝내줬다. 강과 산, 단풍이 한눈에 펼쳐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라 사진이 잘 안 나왔는데, 단풍 성지로 유명한 캐나다가 부럽지 않은 풍경이었다. 사실 주택에 살게 되면 뷰가 예쁘기 쉽지 않은데, 이곳은 정말 탐났다.



거실에 앉아서 이 풍경을 보며 일을 하고, 커피 마시면 참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들 학교도 멀고, 학원도 멀고, 마트도 멀다. 카페도 멀고, 학원도 멀고, 도서관도 멀다. 도보로 갈 수 있는 곳도 없고, 아이들끼리 놀러 나갈 수 있는 곳도 없다. 친구도 없고, 이웃도 없다. 미팅하러 나가려면 무조건 자차여야 한다. 난 운전도 잘 못하고,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데 ㅠㅠ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괜찮을 수 있는 입지일까?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 뷰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데 말이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초중고, 마트, 학원, 5호선 지하철역, 병원도 있고, 아이들 친구와 좋은 이웃들도 많은데......


아이들은 흙더미로 가득한 흙산을 오르내리며 너무 재밌다고 환호했다. 너무 예뻐서 살고 싶다고 말이다. 남편은 우리 집보다 출근 시간이 15분밖에 더 안 걸린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 어때?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아.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놀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끼리 갈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내가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이들 픽 드롭만 하다가 하루가 끝날 것 같아. 지금 갖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가기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예쁜 뷰뿐이네.


만약에 우리가 이사를 간다면, 근처에 무조건 수렵 채집할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 물고기나 곤충을 잡을  있거나 농사를 제대로 지을  있거나 하는 말이야.



잠깐 문호리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꿨던 우리는 바로 꿈을 접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이 좋아서 이사 가기 어렵겠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이렇게 차츰 찾다 보면 이거다 싶은 공간도 만날 수 있겠지? 그런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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