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깡 대신 1일 1 전갈 자세
매일 가볍게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 언젠가는 꼭 해낼 것이기에.
" 나는 요가를 통해서 꾸준한 반복의 힘과 실패의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요즘 1일 1 깡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하루에 한 번 가수 '비'의 깡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나 무대 영상 등을 본다는 의미이다. 그런 1일 1 깡의 대세에 힘입어 나는 1일 1 전갈 자세에 도전하기로 했다.
"브르스치카아사나라고"도 불리는 이 전갈 자세는 매우 고난도의 아사나 중 하나이다.
엎드린 자세에서 두 팔과 팔꿈치로 무게 중심을 잡고 엉덩이를 위로 들어 서서히 다리까지 위로 들어 올린다. 다리를 접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고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자세이다.
이효리 언니가 이 아사나를 여유롭게 거뜬히 해내는 모습이 SNS에 널리 퍼지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오래 수련을 해온 요기, 요기니들이 한 번쯤은 도전해 보았을 법한, 성공해 내고 싶어 하는 아사나 중 하나일 것이다.
예전에 처음으로 이 전갈 자세를 보고 " 어떻게 사람이 저런 동작을 할 수 있지? 저게 가능해? 굳이 저런 고난도 아사나를 해내야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아무리 오래 수련을 해도 결코 해내지 못할 아사나라고 생각했기에 시도해볼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던,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지 못했던 그 아사나를 나는 요즘 매일 연습하고 있다.
매일 수련의 마지막에 이 아사나를 한 번은 꼭 연습한다. 벽 앞에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기도 하고 벽 없이 도전하다가 앞으로 굴러 넘어지기도 일쑤다.
오늘 안 되는 이 아사나가 하루아침에 내일 당장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매일 계속해 나갈 뿐이다. 언제 이 아사나를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요가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해 나갈 것이고 매일 성장해 나갈 거니깐.
1년 동안 매일 하면 365번을 연습하게 되는 것이니깐. 내년쯤에는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한다.
요가를 통해서 배운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의 힘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의 과정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방법을 배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물구나무서기, 일명 시르사 아사나라는 자세를 하지 못했다. 굴러 넘어지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수련 중 이 아사나를 하다가 넘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끄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을 오랫동안 하고, 요가 강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나 스스로를 믿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수련을 오랫동안 한 일반 회원들도 거뜬히 해 내는 아사나기에 요가 강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굴러서 넘어지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벽 앞에서, 또는 벽이 없을 때는 담요를 깔아 놓고 수 없이 넘어지고 구르기를 반복했다. 반드시 해 내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언젠가는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반복했더랬다. 하루에 딱 한번. 그것도 2분에서 3분 남짓.
드디어 그날이 왔다. 벽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시르사 아사나에 성공한 그 날이. 그리고 처음에는 10초, 그다음 날은 20초, 시간이 지날수록 거꾸로 서서 유지하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었다. 매일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실제로 겪어보니 얼마나 재미있고 신이 났겠는가.
거꾸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신세계를 경험한 그날 이후 지금 나는 이 자세를 안정적으로 언제든지 거뜬히 해 낼 수 있다. 거기에 다양한 변형 자세들도 해낸다.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꾸준한 연습의 힘을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깊이 깨달았다. 그리고 도전하는 것과 그 과정의 즐거움을 알기에 올해에는 1일 1 전갈 자세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한 달째 매일 한두 번씩 이 아사나를 연습하고 있다. 하루에 너무 지나치게 무리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시도하지는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미련 없이 한번 혹은 두 번으로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가 어떤 부위에 힘을 주었고, 어떻게 느꼈고, 그것이 어제와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한 뒤에 매트를 접는다. 그래야지 오랫동안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나이를 먹게 되니 이런 사자성어도 거뜬히 삶 속에 녹여서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1일 1 깡처럼 재미있게, 가볍게 1일 1 전갈 자세는 나의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전갈 자세, 브르스치카아사나(Vrschikasana) 사진 출처- pinterest우리는 이미 반복과 꾸준함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1일 1 깡 하듯이 재미있게, 가볍게 도전해 보시기를 바란다. 무리하지 말고, 매일의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자신을 믿고 해 나가시길.
언젠가는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반복한 그 시간과 과정 속에서 이미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깐.
꾸준히 지치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당신만의 무엇인가를 찾으셨으면 좋겠다. 세상에 1일 1 깡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많으니깐.
필자도 지치지 않도록, 재미있게 즐기면서 계속해서 요가를 해 나가 볼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