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 Jul 31. 2020

당신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소유하는 것보다 향유하고 즐기는 것들이 많은 삶을 위하여.

조용히 흐르는 삶에서 특별한 일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찾고, 그 재미를 누리기 위해 노력할 때, 이 세상은 놀이터가 된다.


 

 요가 수업 시퀀스를 구성하고 수업 일지를 쓰기 위해서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발견했다.

"당신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라는 제목이 쓰인 소책자 크기의 "컨셉진"이라고 하는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이었다.  "컨셉진”은 매달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질문으로 던지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여행,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는 월간 잡지의 이름이다. 몇 권이 놓여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재미"라는 주제를 다룬 호였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쉽사리 대답을 하지는 못하겠다. 재미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으니깐.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그냥 보통, 그저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렇게 혼자 카페에 와서 글을 쓰거나, 요가 수업을 준비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듣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요가하는 것, 사람들에게 요가를 지도하는 것이 재미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피크닉을 가서 자연을 즐기는 것에서도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일상 속에서도 나에게 재미를 주는 일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두 번째 질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삶의 재미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그래 삶의 재미는 만들어 가는 거였지. 잊고 있었다. 순간 찰나의 섬광 같은 것이 번뜩이면서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 재미있는 것을 본격적으로 찾아보자. 그리고 재미있게 살아보자. 이렇게 나는 재미있는 삶을 위한 여정의 첫 발걸음을 내디뎌 보기로 다짐했다.




  "예전에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했어요. 일이 삶의 전부였죠.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일한다고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일 이외의 영역에서도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내가 직장인 A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퍼 A. 모험가 A로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데 여가 시간을 사용하는 거죠....
앞으로 일하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 거예요. 남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예요.
예전에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여가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새로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잡지에 실려있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의 대표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즐기려고 하는 것이 추세이다. 워라밸(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니깐 말이다. 특히 90년대 생들과 그 언저리에 애매하게 태어난  내 또래의 젊은 층들은 구직을 할 때에도 이 워라밸 지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 온 앤 오프가 확실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 또한 이러한 삶의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물질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운 세상이다. 하지만 진짜 풍요로운 삶은 향유하고 즐기는 것이 많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전문가나 프로만큼의 지식이나, 능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시작을 해야 한다는 둥의 핑계는 넣어두고, 그 분야에 대해서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강박증도 내다 버리고 일단 한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최근 나는 그동안 해보 싶었던 것들의 리스트, 일명 재미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리스트들 가운데에는 다도, 캠핑, 그림 그리기 등이 있다. 그래서 일단 유튜브를 통해서 다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예쁜 캠핑 의자를 질렀다. 어설프지만 내가 격불 한 말차의 맛은 꽤 괜찮았고,  캠핑 의자를 들고 동네에 있는 수목원으로 나가서 피크닉을 즐겨보았다. ( 커피 애호가의 다도 생활과 요기니의 캠핑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하게 써 보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웠다.



당신의 재미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요가"라는 것이 그중 하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요가 수업을 할 때 회원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가 매트를 자신만의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이 시간을 재미있게 즐겨 보시라고. 소유하는 것보다 향유하고 즐기는 것이 많은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일단 한번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나가셨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물론 이 말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이기도 하다.


당신의 재미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요가"라는 것이 그중 하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에 "요가"가 포함되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해 보시기를.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요가 강사처럼 모든 동작을 완벽하고 멋있게 해 내야 겠다는 다짐보다는 그저 처음 도전하는 사람답게,  초보자답게, 그저 즐기면서 재미있게 해 보시기를 바란다.


 물론 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일 이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조심스럽게 사부작사부작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온전히 몰입할 수 있고 만족함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말이다.


 타인이 보기에 쓸모없는 일 같아도 상관없다. 내가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재미있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것처럼 우연히 재미를 위해 시작한 일이 당신에게 더 큰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삶을 재미있는 놀이터로 가꾸어 나아갔으면 한다. 소유하는 것보다, 향유하는 것이 더 많은 풍요로운 삶을 살아 나갔으면 한다.


  나도 내가 재미있어하는 요가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재미있는 시도들을 사부작사부작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깐 우리 모두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가도 즐기면서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매트 위를, 일상을 놀이터로 만들어 나가기를.



 

작가의 이전글 베니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