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캐는 영어 강사이고 부캐는 요가 강사다.
요즘 주말 예능 ‘놀면 뭐하니’를 즐겨본다. 우리의 국민 MC 유느님이 드러머, 요리사, 트로트 가수 등으로 매번 변신을 거듭하면서 즐겁게 스스로를 갈아 넣는 모습을 보면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한다.
국민 MC라는 자리에 계속 머물면서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닭을 튀기는 닭터유가 되었다가 트로트를 부르는 유산슬이 되기도 한다. 싹쓰리의 멤버 유두래곤에서 최근에는 환불원정대라는 걸그룹을 제작하는 제작자 지미유로 변신했다. 이렇게 적당히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줄타기를 하면서, 본업과 부업을 오가며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그의 모습은 부캐릭터(“부캐”)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나의 본캐는 영어 강사이고 부캐는 요가 강사다. (요가원에서는 베니스라고 불린다.) 부캐는 본캐처럼 생계활동이나 성과에 치중하기 보다는 즐거움과 자기실현을 우선으로 한다. 솔직히 나는 본업 보다 부업이 더 좋다. 본캐 보다 부캐로서의 내가 더 마음에 든다.
부캐인 요가강사 로서 나는 놀이와 일의 중간 지대에 양다리 걸친 채, 본업보다 덜 부담스럽고 재미있게 임하고 있다. 언젠가는 본캐와 부캐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올 수도 있다. 본업이 부업이 되기도 하고, 부업이 본업이 되기도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바야흐로 멀티페르소나, 부캐가 각광받는 시대다. 고정된 배역도, 고정된 역할도, 직업도 점점 사라지고 경계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여러 개의 무대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 그러기에 나의 직업이나 캐릭터를 단 한가지로만 규정짓지는 않으려 한다. 다양한 부캐 들로 N차 세포분열을 하며 스스로를 확장해 나가고 싶다. 지금은 영어 강사이기도 하고 요가강사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부캐들의 나날들 속에서 N잡러가 되어 한 우물만 열심히 파는 대신에 여러 개의 우물을 탐색하고 파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어쩌면 그렇게 여러 개의 우물을 파다 보면 결국 그것들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