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치러야 하는 전쟁은 우리 내부에 있다. -<전사자세>
요가의 동작, 즉 아사나 중에 전사 자세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워리어 (warrior), 산스크리트어로는 비라바드라 아사나(Virabhadrasana)라고도 부르는데 “비라바드라”라는 용맹한 전사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아사나는 세 가지의 변형 형태가 있어서 부르기 쉽게 이름 뒤에 번호를 붙인다. 비라바드라 원, 투, 쓰리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는 이 아사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전사 2번, 비라바드라 아사나 투!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단단하게 디디고 서서 그 발의 기반으로부터 시작된 힘이 하체와 복부, 척추를 지나 몸 전체로 연결된다.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두 팔도 절도 있게 수평으로 쭉 뻗어서 손가락 끝까지 에너지 있게 펴낸다. 이 아사나를 수련하다 보면 가끔씩 나도 전쟁터에 나선 용감한 전사처럼 두려운 것 없이 “세상아 다 덤벼라!”라고 외치고 싶어 진다.
글래디에이터나 300과 같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적과 마주하고 있는 전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자신의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채, 그저 주어진 의무를 다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온 전사 비라바드라가 되는 상상을 해 본다.
요가에서 말하는 진정한 전사는 물리적인 무력과 폭력을 이용해 무자비하게 적을 쓰러뜨리거나 굴복시키는 자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자리 잡고 있는 진짜 적을 현명하게 무찌르는 자들을 일컫는지도 모른다. 고통의 근원인 탐욕, 두려움, 불안함 따위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적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모든 “비라바드라” 들을 위한 아사나가 아닐까?
생사가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한 전사들이 당장 내일,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일에 대한 걱정은 사치에 불과하다. 까딱하다가 적들의 손에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할 여유가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전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마주하여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전사의 숙명일 게다. 눈 앞에 마주하고 있는 적들과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야 말로 그 순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가 선택인 것이다.
용감한 전사들처럼 살고 싶다. 다가오지 않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발버둥 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과 정면에서 당당히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 스스로를 던져 충실하게 임한다.
용감하게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용맹한 전사들의 삶은 요가 적인 삶 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면서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적들의 실체를 마주할 용기를 내고, 그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내기 위한 힘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가 치러야 하는 전쟁은 우리 내부에 있다. 무기를 앞세운 전쟁이 아니라 우리의 내부에 자리 잡은 진짜 적, 탐욕과 무지, 집착, 불안 등의 사슬을 끊어 내고 스스로를 구해내기 위해서 우리는 용감하게 검을 들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매 순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worrier 가 아니라, 매 순간순간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용감하고 당당한 warrior로 살아가고 싶다.
오늘도 수련을 하면서 매트 위에서 라도 용감한 전사가 되어보겠다. 마음속을 떠다니는 불안과 걱정들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해 보겠다.
Be a warrior, not a worr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