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매트 위에 온전히 나를 맡겨두는 순간, 사바아사나
한 작가는 인터뷰에서 "수련 후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으면 정신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정신이 말랑말랑하게 강해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읽고 정말로 공감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을 만한 적절한 표현이었다.
사바아사나(Savasana), 일명 시체 자세라고 불리는 아사나가 있다. 매트 위에 온 몸을 맡긴 채 힘을 빼고 이완한 상태로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시체, 송장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요가 수련은 이 사바아사나로 마무리된다. 이 사바아사나가 요가 수련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모든 수련이 사바아사나를 향해 가는 여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은 시체처럼 죽어 있지만, 정신은 또렷하고도 차분한 상태. 몽롱하면서도 개운한 그 상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개운함과 자유로움. 몸과 마음이 사랑과 따뜻한 기운으로 충만해지는 느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매트와 나 자신밖에 없는 느낌.
시체 자세를 취했는데 오히려 그 어느 순간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무렵 매트 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음의 생채기들을 돌보고 치유하면서 요가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고 땀을 낸 후에 매트 위에 누워 사바아사나를 취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헤어진 연인이 떠올라서도 아니고, 슬퍼서도 아니었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위로 받는 따뜻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숨어 있던 나 자신이 "괜찮아"라고 속삭이면서 토닥여 주는, 기쁨과 충만함이 가득한 미묘 하지만 행복한 감정이었다. 그 뒤로 사바아사나를, 요가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온몸을 매트 위에 맡긴 채 눈을 감는다. “나의 사랑스러운 매트야 지금 이 순간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너 밖에 없어."라는 심정으로 매트와 일심동체가 되는 순간이다. (내가 수련하는 요가원에서는 공용 매트 대신 각자 자신의 매트로 수련을 하기에 자신의 땀과 에너지가 베어 있는 매트에 대해 더욱 특별한 애착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가만히 매트 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매트와 나를 둘러싼 바깥의 자극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거칠게 내 쉬던 호흡도 점점 고요 해진다. 그에 따라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수련 중에도 머릿속을 이리저리 맴돌던 생각들도 서서히 그 잔잔한 바닷속 깊은 곳으로 침잠해 버린다.
사바아사나는 내려놓음을 연습하게 해 주는 아사나 일지도 모른다. 매트와 하나가 되어, 매트를 믿고 매트 위에 몸을 내려놓은 채 오롯이 나를 관찰하고 느끼면서 현재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처럼, 삶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자신을 내 던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삶이라는 매트 위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연습을 한다. 잠깐의 꿀 같은 사바아사나를 위해서 오늘도 매트 위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