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지 않아도 괜찮아
노루가 바다를 건너는
가장 불안한 시간.
매일을 사는
우리의 시간과 닮아있다.
노루섬으로 가는 길에는 파도가 없지만,
불안한 이유가 파도는 아니다.
노루를 밤낮으로 지켜보는
수많은 '눈' 때문.
코로나 시국
목숨을 건 외출,
매일의 출퇴근길 마주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줄지어 선 가로등,
번쩍이는 간판.
나를 지켜보는 '눈'.
때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눈'.
노루가 목숨을 거는
찰나의 시간이 경이롭듯,
한 발 얹자마자
산산히 부서질 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조심스레, 또 한번
발을 디딘다.
처음에는 그저 '눈'을 피해 살아내는 것,
조심스레 발을 디디는 것에 만족하며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먹고
밤 새워 글만 쓰던 주인공은
후반부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레시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전반부 ~ 중반부에는 없던
생동감, 생명력이 느껴진다.
동물, 자연, 사비나공원의 전설과 교감하고
사람과 거리를 두며,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던 주인공은
동물, 자연, 사비나공원의 전설을
혜리와 이야기 할 내일을 기대하는
작지만 큰 변화를 겪는다.
"냉면 생각이 날 때마다
네 메일을 반복해서 읽겠다"
"만약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근처에 갈 일은 없을 테지만"
으로 시작되는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