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Jan 07. 2021

채용에 관한 스타트업 대표의 네 가지 착각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채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며칠 전 친분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 A를 만났습니다. 사는 얘기,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다가 A는 저에게 슬그머니 고민 하나를 꺼냈는데요, 요약하자면 어떤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에서 채용한 직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역량이 조금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합니다만, 그것 때문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직원의 태도였죠.


제 입장에서는 그저 고민을 들어주고 "곧 괜찮아지겠지, 다른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하자."정도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영혼 없이 반응한 것 같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직원도 문제가 있지만 대표 자신의 문제도 함께 내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다 대고 "너도 문제야."라고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직원을 채용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런 문제들은 A 뿐만이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종종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스타트업 대표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착각에서 비롯됩니다. 




대표의 착각 첫 번째는 바로 '나는 사람을 잘 다룬다', 혹은 '사람을 다뤄본 경험이 많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자기 회사를 몇 차례 운영하면서 사람에 대한 경험이 실제로 많다면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100% 대표의 착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차리기 전에 회사에서 팀장 하면서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몇십 명까지 이끌어봤다고 자신만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교육 수준과 전공, 직군이 매우 다른 인력들을 매년 교체하면서 관리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트업 창업에서는 중간관리자로서의 경험은 그리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는 크게는 사업전략부터 작게는 박스 포장까지 모두 관여해야 합니다. 업무 범위가 이렇게 넓고 다양한 만큼 각 영역을 담당할 인력들 또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중간관리자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복잡 다양한 인력을 관리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기업 부장님이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 퍼블리셔, CS 담당자를 동시에 관리하진 않으니까요. 회사 생활 좀 했다고 스타트업 대표에 걸맞는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착각은 대표 본인의 백그라운드와 회사 간판을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이나 명문대 출신 대표들이 흔히 가지는 착각인데요, 전에 구글을 다녔건 애플을 다녔건 하버드를 나왔건 지금 본인의 스타트업은 속된 말로 '듣보잡'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은 대표 개인의 백그라운드가 아니라 회사가 약속한 처우, 연봉에 동의하고 입사한 사람이죠.  


대표가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에 관해 직원들에게 약속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은 결국에는 월급의 규모로 대표와 회사를 판단합니다. 세계 최고라고 손꼽히는 애플이나 아마존 출신이 창업한 회사라고 해도 월급이 150만 원이면 직원 입장에서는 '그냥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일 뿐이죠. 


세 번째는 바로 역량 중심으로 직원을 채용했다는 착각입니다. 


개발자가 다루는 언어나 경험해본 프로젝트 등은 채용 전에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일반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밍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실력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개발자와 같이 스킬셋이 명확한 경우에도 이런데, 다른 직군은 말할 것도 없죠. 


또한 사람에게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대부분 말이나 행동 때문이지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태도'를 짧은 면접으로 판단하고 필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일반 기업에서 내부 추천으로 직원을 채용하거나, 채용 후 수습 기간을 두는 것 또한 이런 맥락입니다. 


안 그래도 바쁘게 돌아가는 스타트업에서 서로 똘똘 뭉쳐서 일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 괜히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감정 소모하는 일을 겪지 않으려면 애초에 계약직으로 직원을 채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프리랜서를 찾았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역량을 보고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기존 구성원들과의 케미를 보고 뽑는 것이 원칙입니다. 역량과 케미 모두 이력서나 면접으로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케미가 안 맞으면 역량도 쓸모가 없거나 있던 역량도 쓸모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현실적으로 케미 위주로 뽑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죠. 


네 번째 착각은 대표 스스로도 본인 성격이 어떤지, 그래서 타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를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 본인은 잘 대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직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간격만큼이 바로 갈등이 되죠. (그럼 성공한 CEO는 모두 다 자아성찰과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사람이란 뜻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돈 잘 버는 사이코패스들 참 많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보통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잘 안될 수도 있고 인격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는 리더로서 직원에게 감동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 '일 못하는 직원의 역량을 내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애당초 동기부여와 역량 향상 모두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라면 애초에 직원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고민하지는 않을 테죠.


어떤 직원의 태도가 대표에게 스트레스가 될 정도라면 그 직원은 내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회사는 5인 이상인 데다, 직원은 정규직이라 답이 없다 싶겠지만 애초에 잘못 뽑은 탓이니 방법을 찾아서 내보내는 것이 맞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해당 직원의 역량과 실적만 평가하고, 태도나 케미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구요. 


너무 냉정하게 들릴 수는 있겠습니다만, 태도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은 결국 대표가 잘못 뽑은 탓입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직원을 잘못 뽑았다는 것은 제품/서비스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 커머스의 매스 미디어 활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