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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Feb 09. 2022

'조직에서 안전함을 느껴야 생산성이 나온다'에 대해


인간에게는 ‘실제 안전한’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죠. 우리에게는 기본적으로 위험을 극도의 예민함으로 느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이에 따라 두뇌의 위험 감시 센터인 편도체와 연결되는 교감, 부교감신경에는 ‘도망 또는 맞서 싸우기’ 기능이 있고, 그 외에 ‘완전 멈추기, 죽은척하기, 아예 완전히 정신줄을 놓기’ 등의 추가 기능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은 어류까지도 가지고 있는 아주 원시적인 기능들이죠.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추가적인 기능이 더 있는데, 우리 신경계에는 ‘사회적 두뇌’ 라고 부르는 ‘Ventral Vagal Complex, VVC’ 라고 부르는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따뜻함을 느끼고, 편안하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느끼는 충족감 같은 것들을 관장하는 영역입니다. 이 영역이 심하게 무너지거나 타격을 받으면 그 사건에 대해 ‘트라우마’로서 기억되게 됩니다. 정서적인 붕괴를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조직에서 안전감을 느낀다는 것은 당연히 기본적인 편도체의 위험 감지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리적이거나 실체적인 위험은 당연히 없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자아와 관련된 실체적 위험은 시회적 고립이나 폭력적인 상황, 또는 극도로 강압적이거나 혹은 해고나 회사의 위험 같은 것들이겠죠. 이 역시 없어야 합니다. (혹은 기본적인 위험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이에 대해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역시 안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특수부대원들은 위험을 감지하더라도 최대한 편도체가 아니라 피질을 통해 이성적인 대응을 하도록 훈련받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이들은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러스트 벨트의 붕괴처럼 장기간에 걸쳐 한 두 회사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붕괴되어 갈 때 수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거나 우울감을 호소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안전감을 느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위험으로 느껴지지 않았던거죠.)


그런데 이런 식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조직이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 조직의 생산성 같은 것을 신경쓸 여력이 있는 조직이라면 이런 기본적인 안전감은 충분히 제공할 수 있죠. 그보다는 VVC 영역이 개입하는 ‘관계’에서 안전감이 생기느냐가 문제가 되죠. 조직내 관계에서의 안전감에는 대략 4가지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우선 ‘여기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두번째는 ‘묻고, 배우고, 시도하는 것’에 대한 안전감입니다. 세번째는 ‘이 조직에 뭔가 공헌을 하려해도 안전하겠다’는 느낌이고, 네번째는 ‘현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뭔가 도전적인 일을 시작해도 내게 문제가 안생긴다’ 라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제가 “리더들이 안전감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에 대해 약간은 회의적인 이유는  메시지가 틀려서가 아니고, 우선 상당수의 리더들이 앞서 설명한 관계에서의 안전감  대략 두번째 수준,  묻고 시도하는  조차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부하직원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 차분히 이야기 나누기보다는 그냥 ' 아직도 그것도 모르냐!' 같은 말을 하는게  익숙한 문화 아니던가요?


사람이 타인에게 안전감을 받는 것은 단지 말로서 ‘너는 안전함을 느껴도 괜찮다’ 라고 한다고 안전함을 느끼는 건 전혀 아닐 것이라는 점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게 아니고 실제로는 그 사람의 목소리, 말투, 말의 내용, 눈빛과 얼굴 표정, 행동, 그리고 태도 등에 의해 좌우됩니다. 말의 내용 정도는 포장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개인이 가진 성격적 특성이고, 속이기 매우 어렵죠. 리더들이 실제로 ‘저 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공헌해주고, 혁신을 시도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은 많이 하지만 ‘괜히 공헌한다고 사고치면 어쩌지’ 혹은 ‘저 놈 말만 많고 제대로 결과물도 못만들건데 괜히 혁신한다고 덤벼드네’ 같은 생각도 함께 하고 있다는게 문제죠. 이런 생각은 당연히 진심이기 때문에 얼굴과 말투와 표정과 태도에 묻어납니다. 직원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죠.


두번째는 우리나라 조직이 제공하는 조직 안정성이 실제로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사오정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6개월에 한번씩 조직개편을 하고, 윗사람 눈치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는 등의 조직이라면 리더 개인이 훌륭하더라도 직원들이 안전함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조직에서 안전감을 느낄려면 불안과 공포를 과민하게 느끼는 사람이 조직원으로 들어오면 안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누구도 별로 생각을 안한다는 것입니다. 관계에서의 안전한 감정이기 때문에 리더가 최선을 다하고 다른 직원들은 모두 안전감을 느끼더라도 한 두 명이 과도하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면 관계라는 특성상 조직 전체에 안전한 느낌이 깃들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서로간의 케미가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끼리 만나야 조직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리더가 안전한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회사들 대부분은 조직장이 인력을 선발하거나 팀을 조합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되어 있죠. 그냥 할당된 인력 데리고 일해야 하는데,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그 인력들이 보유한 스킬셋 정도이지 정서적인 안정감이나 케미는 고려할 수도 없습니다. 조직장이 예산권과 인력 채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별 조직장에게 인력 채용의 전권을 주기 어렵죠. 잘못 뽑으면 회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정서적 특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채용 관행도 문제고, 고위 임원이 아닌 한 인력 채용에 대한 권한을 주지 않는 시스템도, 그걸 유지시키는 해고 관련 규정들도 모두 조직원 선발 관련 문제들을 만들어 냅니다.


네번째는 최근 스타트업 조직에서 많이 보이는데, 갈등을 회피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문화입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라는 건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려 하되 아닌 것은 아니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문화입니다. 유약한 리더는 감정적인 리더만큼이나 조직 안전성에 해롭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 같은 개별 리더들이 택할 수 있는 안전감과 관련된 현명한 리더십은 최대한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서 3단계, 4단계를 도전하는 직원들이 나오도록 노력하되, 불안하고 예민이 과다한 직원의 경우 1단계, 즉 소속감이라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리더들 몸에서 사리나올 이야기입니다만, 어쩔 수 없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내가 타인에게 안전한 느낌을 주고 싶어도 내 마음이 불안하면 이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VVC 보다 편도체가 위험과 관련해서는 훨씬 더 힘이 쎄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불안과 우울의 감정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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