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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Nov 28. 2023

경제 위기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조직 관리 기본

자기의 취약성을 인정하자


미국쪽 HR 분야에서 종종 언급되는 경영자 또는 리더의 자질에 대한 설명 중에 Vulnerability 라는 표현이 있다. 그냥 번역하면 취약성 또는 약점 정도로 해석이 될 것인데,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사람에게 부족한 구석을 의미한다.


경영자나 리더 입장에서 자기의 취약점을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로 물어볼 수 있는데, 이 표현이 '자질'에서 논의되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사람은 어느 경우에도 완벽할 수 없고, 그건 크고 유명한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CEO도 마찬가지다. 경험이나 지식, 기술 등에서도 그렇지만 인성이나 대인관계, 리더십 등에서도 분명 취약한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Vulnerability는 이 부분을 의미한다.


이 요소가 자질로 이야기되는 것은 의도적으로 자기에게 취약한 부분을 남에게 드러내라는 뜻이 아니라 취약한 점이 있을 때 이를 포장하려고 하거나 방어적인 태도 혹은 공격적인 태도로 그걸 덮으려고 하지 않고 오픈하고 주변과 협력하면서 이 약점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응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


자기의 단점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이를 부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오픈하며 보완책을 논의하는 태도는 더 이상 이 태도가 '약점'이 되지 않게 만든다. 모두 잘 알겠지만 모두 알고 있는 단점은 더 이상 단점이 아니고 그저 그 사람의 '특성'이 될 뿐이다.


(직원의 출근 시간에 매우 예민한데 그 이야기를 주변에 하지 않다가 더 이상 못참게 되어 버럭하거나 아니면 직원 뒤에서 뒷담화를 하는 대표와 공식적으로 '내게 출근 시간 준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 조직에서는 타협이 불가한 요소입니다. 반드시 지켜주세요' 라고 이야기하고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고 취업규칙에 표시해 놓는다면 더 이상 출근 시간 예민함이 취약점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 회사의 특성일 뿐)


좀 긴 도입부를 적은 이유는 회사라는 조직은 그 조직 구성의 원리와 특성상 무조건 '최고경영자의 심리적 투영'이 기업 문화가 되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몇 만명이건 몇 명이건 상관없이 무조건 대표자가 가진 성격적 특성이 고스란히 기업의 특성이 된다. 대표가 단기 실적에서 밀리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면 직원들의 행동과 태도, 중요시 하는 사항, 커뮤니케이션하고 평가하고 보상하는 기준들이 모두 단기 실적에 맞춰지게 된다. 왜냐면 이걸 못지키면 조직내에서 근무하기 싫다고 소리내 외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만약 대표자가 임직원들에게 무례한 태도가 너무나 자연스럽다면 이걸 임원들, 팀장들도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하게 되어 있다. 왜냐면 무례한 대표를 견디는 사람들이 주로 남아 있게 되는데 이들은 권위주의를 내재화했기 때문에 견디는 것이고, 그 말은 자기보다 약자에게 권위주의를 드러내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뜻이니까. 기업 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물론 구성원이 아주 많아지면 기업내의 부분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가 생길 수 있지만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최고경영자의 성격의 장단점을 모두 반영하게 된다. 심하게 말하면 거울이다.


마법의 거울이 아닌 이상 최고경영자의 장점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선명하게 드러낸다. 오히려 단점이 더 잘 비춰진다. 왜냐면 사람의 신경은 타인의 장점보다 단점에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타인의 단점이 더 잘보여야 생존에 유리하다. 그래야 상대에게 해를 입을 확률이 줄기 때문이다.)


우리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내가 하려는 사업과 반드시 fit한 성격을 가질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단점에 따른 여파를 최소 비용과 최소 데미지로 커버할 필요가 있고, 장점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려면 대표자, 창업자가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창업자가 직원들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말하면 "회사 재무 상태고 기술이고 제품 개발 상태 등을 모두 직원에게 이야기하라는 이야기냐?"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연히 그건 아니다. 솔직하라는 뜻은 취약점이나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것, 그리고 잘못 결정한 것에 대해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저번에 내가 이런 결정을 했는데 내가 정보를 잘못 해석해서 업무 손실이 생겼고 여러분이 헛수고를 한 셈이 되었네요. 여러분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 매우 미안하고, 다음부터는 좀 더 잘 분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시장 분석을 할 때 여러분께 좀 더 의견을 구할테니 여러분도 도와주세요' 같은 식으로 말하는게 솔직한거.


스타트업 창업자가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거창하고 멋진 프로그램이나 인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우선 자기의 취약점이 조직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지, 그에 대해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는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고, 이게 건강한 조직 관리의 가장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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