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관련해서 종종 문의를 해오는데, 일단 업무에 대한 성실성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인력이 당연히 일순위이지만, 그만큼 문제가 되는데 잘 걸러지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어제 축구 국대가 이라크와 친선전을 했다. 친선전이고 국내파는 휴식기에 있는 경기이고 해외파들은 합류한지 며칠 안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기가 느슨했고, 파괴력도 없는 경기였다. 역대 최고 스쿼드라 아시안컵 우승을 바라본다는 팀 치고는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그런데 영상의 댓글들을 보다보면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댓글이 '우리는 일본에게 안돼', '일본이 훨씬 강한데 국뽕 때문에 이 정도 경기력의 팀이 우승한다고 말한다', '일본하고 결승전 하기도 한참 전에 탈락할건데 결승전에서 일본 이긴다고 말하는게 웃기는 짓이다' 같은 것들이다.
조직에서 일은 그런대로 하는데 말끝마다, 혹은 다른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야, 그건 우리는 못해', '우리 규모에서 그걸 어떻게 도전하냐', '되지도 않을 거 해보겠다고 힘빼지 말라니까' 같은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 내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근거를 가지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사람은 자기 목소리가 조직내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외부와 내부를 나누고 외부는 무조건 할 수 있고, 우리는 안된다는 의식 구조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사람은 '건설적 비판'과 매우 다른 사고다.
이런 사고는 기본적으로 책임 회피 ('나는 옳은 말을 하므로 패배하는 조직원이 아니다') 의 방어기제이기도 하고,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 '자기비하'를 함으로써 '자기 자랑'을 하는 심리이기도 하다. 자기비하가 어떻게 자기 자랑이 되느냐면 기본적으로 이런 사람은 자기가 우월하다는 의식이 숨어 있는 상태이며 이 우월감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반대로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을 공개적으로 비하함으로써 충족되지 못한 우월감을 감추려고 한다. 즉, 사람들은 평등하고 나와 타인이 잘하고 못하는 부분이 다르며 모두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되든 과도한 우월감을 갖으려 하거나 이렇게 되지 못하는 경우엔 비하하는 것이다. 또 비하의 말을 함으로써 타인을 공격해 자기 에고를 충족시키려는 '수동 공격'의 태도이기도 하다.
우리 누구나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영역이 있고, 때론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 자기 비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지속적, 반복적이고 이걸 외부로 강하게 드러내며, 결국 수동 공격이 될 때까지 커지게 되면 그 때부터는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 감정을 전염시킨다. 자기 주변의 같은 집단원들의 자존감을 함께 떨어뜨리는 형태로 자기 우월감의 미충족을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열정이나 집중력, 소속감, 팀웍 등이 모두 약해지며,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싶어하는 동기 부여도 약화시킨다.
그런데 자기 일은 어느 정도 하고, 이런 태도는 아주 큰 문제로 잘 인식되지도 않기 때문에 ('난 비하하는게 아니고 객관적인거예요' 라고 말한다) 조직에서 문제적 인물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직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첫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본적인 업무 성실성 조차도 충족을 못시키는 사람이지만, 거의 비슷한 무게로 내보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이 부류다. 이들 수동공격적 자기비하자들은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들보다 백배는 조직에 해롭다.
유머로 승화되지 않는 한 자기 비하의 반복이나 강조는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조직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증언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