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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제작소 Feb 13. 2021

겨울, 포구에 가보았습니다.

겨울 포구


겨울, 포구마다  쓸쓸히 분주했다. 


내려 앉는 것들과 떠밀려 가는 것들의 접경지였고, 

묶여 있는 것들과 흩어지는 것들의 교차점이었다. 


짙푸른 바다 속에서 잔물고기들은 난류와 한류 사이를 오가며 

거대하고 푸른 기둥을 이루고 있었고, 

물풀들은 쓰러지듯 흔들리는 자세로 기둥을 떠받치고 있었다. 





가끔씩 목선들은 푸른 기둥을 피해 곧게 그어진 수평선을 넘어 갔고,  

수평선 위로 떠오른 배들은 푸른 기둥을 흩으며 숨가쁘게 선착장으로 부딪쳐왔다. 


그러면 그 주변으로 몰려든 흰 포말들은 고물을 간지럽히며 

‘발설하라! 실토하라!’며 겨울어장의 작황을 재촉했다. 


배들이 은빛의 펄떡이는 전설들을 토해 놓을 때, 

비릿하고 짠내음나는 바람이 불었고 반짝이지 않는 것들은 

갑판과 어판장의 구석으로 잔걸음을 재촉했다. 




그 사이를 갈매기들이 날았다. 

싱싱한 이야기들을 낚아 채 집어 삼킨 죄로 

갈매기들은 포구를 떠나지 못하고 종일토록 잔망스러운 울음을 울어야만 했다. 


어부는 성긴 그물을 기우며 지금은 잊혀져 까마득한 이야기들의 조각을 맞추고, 

가끔씩 눈을 들어 낮은 지붕 너머의 요동치는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때론 풀어진 파도가 걸리고, 매운 해풍이 걸리고, 푸르게 눈부신 햇살이 걸렸다. 

어부의 눈엔 겨울포구의 시린 풍경들이 촘촘이 담겼다. 




오징어, 꽁치, 정어리, 아구, 명태들은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몸 속으로 짜고 비린 내음을 구겨넣고 있었고, 

가자미, 멸치들은 어깨를 붙이고 흰 배를 뒤집어 하늘을 담았다. 


그 밑을 고양이들이 도사렸다. 

그 고양이들의 뒤편에 소금기 가득한 털을 걸친 개들이 

까만 눈을 껌뻑이며 낮은 포복으로 약진하고 있었다. 


깊은 겨울, 포구는 분주하고 풍성하게 메말라갔다.




푸른 기둥 사이로 가만히 통발을 내리면 

싹틀 날을 기다리는 새싹과도 같은 비린 것들이 

입을 ‘앙’다문 조개들과 함께 길어 올려졌다. 


방파제로 하얀 바람과 시린 바다가 드나들었다. 겨울, 

포구를 한 바퀴 돌아나오며 옷깃을 여미는 사이 등대가 

등 뒤에서 점멸하고 있었다. 


겨울, 포구는 눈부시며 차갑게 뒤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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