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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G in Seoul Aug 01. 2018

블록체인 거버넌스 : 미래를 프로그래밍 하다_2

Crypto Cannon 번역: Blockchain Governance

Edit by 권대영(성균관대_Skkrypto),박지연(서강대_SGBL),이윤우(서울대_Decipher),이천(고려대_KUBL)

지난 1부에 이어 블록체인 거버넌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부 : https://brunch.co.kr/@curg/2


온-체인 거버넌스를 실험 중인 새로운 체인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매번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하드 포크가 된다면, 해당 네트워크의 가치는 매우 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포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도록 만든 ‘온 체인 거버넌스’가 등장했습니다. 다음은 온체인 거버넌스 방식을 적용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테조스(Tezos)

Tezos에서는 누구나 코드 업데이트 형식으로 거버넌스 구조에 변경 사항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체인 상에서 투표가 발생하고 통과되면 업데이트 사항이 테스트넷으로 전달됩니다. 테스트넷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확인 투표(confirmation vote)가 발생하고 변경 사항이 메인넷에 적용됩니다. 테조스는 이 개념을 " 자기수정 원장(self-amending ledger) "이라고 지칭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개발자와 채굴자들의 중앙 집중화된 그룹에서 벗어나 사용자에게로 권력(power)을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개발자 측에서는 누구나 변경 사항을 제출할 수 있으며, 더욱이 모든 사람들이 그럴만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진다는 점에서 개발자 권력의 중앙화 정도가 약해집니다. 시스템에 대한 기여는 인플레이션 펀딩을 통해 새로 발행된 토큰으로 커뮤니티에 의해 보상됩니다. 기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새로운 개발자에게는 프로토콜을 발전시키기 위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 개발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편, 테조스(Tezos)에서는 시점에 관계없이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동등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능력(earning power)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의 이동이 나타납니다.

또한 사용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시스템에 비해 온 체인으로 사용자가 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권력을 확대시키고 채굴자의 권력을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디피니티(DFINITY)

디피니티(DFINITY)는 규칙에 대한 온체인 투표를 가능하게 한 테조스(Tezos)와 같은 시스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스템으로, 원장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소급 변경을 허용합니다. 즉, 토큰 소유자가 싫어하는 일이 발생하면 (예 : 해킹, 마약을 판매하는 시장의 등장), 거버넌스 규칙 외에도 원장 자체를 롤백하거나 편집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디피니티(DFINITY) 블록체인이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지지자들은 DAO 해킹으로 인한 하드 포크(hard fork)와 최근 1.5억 달러 상당의 Parity multi-sig 버그와 같은 사건을 지적하며, 만약 모든 사람들이 그것들을 되돌리기 위해 투표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사건들의 해결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 주장합니다. 반면에, 이 시스템은 직접적인 검열과 사람들의 토큰을 강제로 취하는 것을 허용합니다. DAO 해킹을 무효화하기 위해 진행한 이더리움(Ethereum) 하드 포크에서 보았던 것처럼, 기존 블록체인에서도 가능하지만 오프 체인 조정과 하드 포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포크가 발생하지 않는 온체인 조정에 비해 훨씬 많은 갈등을 빚습니다.

디피니티는(DFINITY)는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 높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조스(Tezos) 프로토콜에서도 어떤 부분을 변경할 수 있는지에 따라, 디피니티(DFINITY)에서와 같이 원장을 다시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서로 다른  변경 사항에 대해 다른 투표 임계 값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다수를 필요로 하는가 하면,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단순 다수결을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양날의 검: 온 체인 거버넌스

온 체인 거버넌스는 양날의 검입니다. 장점으로는 사용자들이 거버넌스 과정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협력 정도와 공정성을 높인다는 점이 있습니다. 또한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온체인 거버넌스의 단점은 바로 메타 시스템이 한번 도입되면 변경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코드에 직접 적용되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결함이 있는 경우 더 빠르고 쉽게 조작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지분 증명의 핵심 설계자인 Vlad Zamfir는 "위험이 보상을 훨씬 초과하는 엄청나게 위험한 제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존 회사와 마찬가지로 일부 기존 프로토콜은 새로운 프로토콜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관찰하고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기술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드 포크에 대한 의지와 그들을 통한 네트워크 가치를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더리움의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 토큰과 완전히 새로운 체인에서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가 아직 최상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많은 다른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좀 더 일반적인 시스템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는 단순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시스템이 '진화를 위한 가변성’과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안정성을 위한 불변성’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미래 접근 방법

다음으로 미래에 시도해 볼만한 거버넌스 방식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퓨타키(Futarchy)

퓨타키(Futarchy)는 미래를 뜻하는 future과 정부를 의미하는 archy를 결합한 용어입니다. 퓨타키가 도입된 정부는 예측시장을 통해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정책의 가치를 높이는지 판단합니다. 즉, '가치에 따라 투표하고, 믿음에 따라 돈을 걸게'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시민은 일 년에 한 번 '당신의 올해 만족도는 1에서 10까지의 수치 중 어느 정도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평균화 과정을 거쳐 얻은 결과로 예측시장의 상금을 분배합니다. 한마디로 시장 인센티브가 사회적 가치와 연계된 시스템입니다.

<퓨타키 예시 구조>




액체성 민주주의(Liquid Democracy)

액체성 민주주의(Liquid Democracy)는 모든 사람이 직접 표를 행사하지만 자신의 표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민주주의와 달리 언제든지 대표성을 회수하고 위임할 수 있어 액체성 민주주의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이와 같은 액체성 민주주의는 현재 블록체인의 지분 증명 방식(PoS)이나 위임 지분 증명 방식(DPoS)과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액체성 민주주의 예시 구조>

                                 

이차 투표(Quadratic Voting)

이차 투표(Quadratic Voting)는 표를 구매하는 시스템인데, 자신에게 부여된 표 이외에 추가적인 투표를 하고 싶을 경우, 기존의 투표 비용의 제곱 가격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돈으로 표를 살 수는 있지만 유권자가 추가적으로 얻는 이익은 크게 감소하는 투표방식입니다. 비탈릭은 이와 관련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코인에 락을 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인센티브가 조정되는 투표방식을 제안하기도 하였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좀 더 살펴봐도 좋을 듯합니다.


거버넌스 수단 : 투표

앞서 살펴본 여러 사례에서 거버넌스 방식(오프 체인, 온 체인)과는 관계없이 의사결정 수단으로 모두 투표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번 절에서는 블록체인 거버넌스 수단으로써 사용된 투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으로 투표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투표권 분배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민주적인 조직(민주국가)에서 ‘사람’을 의사결정 주체의 단위로 삼는다면, 블록체인에서는 ‘토큰’ 혹은 ‘코인’이 의사결정 주체의 단위입니다. 즉, 1 토큰 1표 방식으로 투표권이 배분됩니다. 


투표 방식 : 1인 1표 vs 1 토큰 1표

그렇다면 왜 1 토큰 1표일까요? 

블록체인에서 1인 1표 시스템 적용 시 발생하는 주요 문제는 바로 시빌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상에서 무한개의 계정을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깝습니다. 이는 곧 무한 번 투표하기가 쉽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분 증명 방식(POS)과 이더리움 기반 토큰 거버넌스의 기본(default) 모델이 1 토큰 1표인 이유입니다.


 > 시빌 공격(Sybil attack):   P2P 네트워크에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앙 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격자가 다수의 익명 계정을 생성하여 평판 시스템을 조작하는 공격을 말합니다.


Civic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신원 증명 시스템은 1인 1표 시스템을 가능하도록 합니다. 대부분의 암호화폐에서는 익명성이 보존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 신원 시스템을 이용하여 코인 보유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각각의 코인은 고유한 기록(history)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코인의 정당성(cleaness)에 대해 주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지고, 그 결과 코인 간의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능한 접근 방법 중 하나는 신원과 화폐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완전히 검증된 신원이 보유한 화폐는 화폐 가치의 100%를 투표권(voting power)으로 인정합니다. 부분적으로 검증된 신원은 화폐 가치의 50%, 그리고 완전 익명인 신원은 화폐 가치의 25%를 투표권으로 인정하는 방법입니다. 

앞서 이차(Quadratic) 투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실 세계에서의 신원과 무관하게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권에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은 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토큰 보유자는 커뮤니티의 회원이 되어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투표권(voting power)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한 나라의 완전한 시민이 되기 전까지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 정부가 투표를 화폐로 진행한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것입니다.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하려는 1 토큰 1표는 현대 정부 시스템의 기본 값(default)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토큰 커뮤니티 내의 평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는 이미 비탈릭의 제안이 이더리움 커뮤니티 내에서 아주 무게 있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액체민주주의 (Liquid democracy ) 시스템의 경우, 평판은 특정 인물에게 위임된 투표수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화폐를 보유하지 않는 사람도 평판이 높으면 1,000만 이더를 위임받아 엄청난 거버닝 권력(governing power)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론

앞서 말한 거버넌스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연구 사례는 굉장히 드물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거버넌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된 것이 대부분일 정도로 거버넌스의 중요성과 가치는 조명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필자는 거버넌스가 최우선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날그날의 단편적인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용하고 있는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구조를 이해하고 학습하는 것에 더 많이 투자하시기를 바랍니다. 사건들은 단지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생겨나는 부산물일 뿐입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발전을 위해 우리들은 스스로가 소속된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과정에서 적극적이어야 하며, 시스템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사건의 원인인 ‘블록체인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이 설계를 계획하거나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들을, 거버넌스에 대하여 학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블록체인의 성패는 얼마나 진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거버넌스입니다. 단순히 용어의 의미나 쓰임새 때문이 아닌, 블록체인의 운명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작동 원리’인 거버넌스에 의해  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인류의 가능성을 한 단계 넓혀줄 블록체인의, 시작점에 서있습니다. 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와 같은 거버넌스 체제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블록체인은 훨씬 넓은 범위에서 유사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거버넌스 구조를 신중하게 살펴보고 익히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여타 강력한 신기술처럼, 블록체인은 인류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의 실현을 도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잘 활용한다면 미래는 더 큰 번영과 자유의 세계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잘못 사용한다면 우리는 블록체인이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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