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개관 기념 인터뷰 <5> 건축팀 권순엽 건축가, 김상현 디자이너
2021년 11월, 세종시립도서관 3층에 space T의 네 번째 기지인 「스페이스 이도」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도의 개관을 즈음하여 건축팀, 운영팀 그리고 콘텐츠팀을 만나 프로젝트의 과정을 짚어보았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도의 설계와 시공을 이끌어주신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 에스오에이피의 권순엽 건축가, 김상현 디자이너님을 만나 건축팀에서 바라본 트윈세대 공간의 방향성, 이도 공간의 건축적인 특징, 그리고 건축가로서 가졌던 비전과 소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소림|권순엽 소장님, 김상현 디자이너님,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개관 전에 진행했던 베타 테스트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간단한 자기소개도 부탁드릴게요.
권순엽|안녕하세요, 건축가 권순엽입니다. 디자인 건축 스튜디오 에스오에이피와 디자인 건축 미술관 소다를 운영하면서 주로 문화예술 영역을 중심으로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상현|안녕하세요, 저는 스페이스 이도 프로젝트의 PM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실무를 담당한 김상현이라고 합니다.
이소림|처음 추진단에서 프로젝트 의뢰를 드렸을 때가 궁금해요. 제안드렸던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또 어떤 결심이나 비전을 가지시고 이번 space T 이도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함께 하시게 되셨나요?
권순엽|이도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스토리스튜디오 (이하 ‘스스’)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먼저 했었어요.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였는데도 실제로 운영하시면서 운영자분들이나 그 공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이도의 확장판을 만들어달라고 제안을 주셨던 게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이소림|스스의 연장선으로 이도를 만들어가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구심점으로 두셨던 아이디어는 어떤 것인가요?
권순엽|스스 프로젝트 때 마블링 같은 형태의 ‘youth pool’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었어요. 워터파크 같은 곳에 가면 있는 물이 움직이는 곳을 예전에 유수풀이라고 불렀었는데 ‘흐르는 물’이라는 뜻의 한자어와 ‘유수’와 영어 ‘pool’을 결합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흐르는 물 위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게 막 뒤섞이고, 흐름에 따라 계속 바뀌면서 유연하고 경계가 없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의 중요한 성격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youth pool’이라는 콘셉트를 제안했어요. 이도 프로젝트도 이 ‘youth pool’에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스스 때에는 테이블 등의 가구로 이 콘셉트를 구현했다면, 이 개념을 기반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트윈세대에 대해 좀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공간과 예산의 여유를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소림|상현 디자이너님의 시작은 어떠셨어요?
김상현|저는 세종시 트윈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가 마무리되고 그 결과를 받은 시기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받은 자료가 아이들의 설문조사 결과, 그리고 트윈세대에 대한 자료와 그간 진행한 space T 공간들에 대한 개요 같은 것이었어요. 그때는 트윈세대라는 단어도 새로웠어요. 청소년 공간 사례들은 많이 봤지만 창작을 위주로 하는 공간은 조금 생소했고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요구사항이 정말 다채로웠어요. 설계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보통은 막연하게라도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도 프로젝트는 정말로 그림이 아예 안 그려졌어요. 근데 그래서 오히려 더 이 프로젝트에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확신이 아닌 호기심에서 시작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권순엽|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은 레퍼런스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요. 그리고 만약 레퍼런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고요. 스토리스튜디오도 그랬듯 space T를 만드는 것은 계속 새로운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과정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추진단에서도 프로젝트를 제안 주셨을 때 트윈세대라는 사용자, 그리고 공간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계셨던 상황이라 조금 더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이소림|세종시 트윈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리서치 결과를 전달받으셨죠. 건축가로서 의미 있게 다가온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상현|트윈세대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공간의 요소로만 보면 어느 정도 명확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친구들의 취향은 다른데도 사다리, 올라가는 벽, 누울 수 있는 바닥 등 공간적으로만 보면 반복되는 단어들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경험이 많지 않아서 좋은 공간에 대해 상상할 때 막연히 떠올리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반면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공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차이점이 보였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말한 공간의 요소를 건축가가 그대로 쓰기보다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하는 부분이구나, 원하는 공간의 요소는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원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구나라고 오히려 느꼈어요.
권순엽|리서치 결과를 통해 만난 트윈세대들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모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의 중요한 디자인 관점 중에 하나가 이곳에서는 꼭 이렇게 해야 해야 한다는 기준을 가지면 안 된다는 부분인데 이 리서치 결과를 통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도서관, 놀이터,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등 참고했던 기능적인 레퍼런스 공간들은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린 결론은 이 공간들이 분명 트윈세대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지만, 그 총합이 트윈세대 공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모호하고 변화 속에 있는 트윈세대가 사용할 공간이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돌이켜 보면 이 부분이 트윈세대가 사용할 공간을 설계하는 일의 큰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트윈세대 친구들이 말한 공간의 요소를 건축가가 그대로 쓰기보다는 친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하는 부분이구나, 원하는 공간의 요소는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원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구나라고 오히려 느꼈어요.
이소림|그 모호함 속에서 공간의 체계를 만들어가시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김상현|다듬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에 국한되어서 시작을 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마블링’이라는 크고 느슨한 개념을 잡은 후에 디테일하게 루버나 실의 크기를 잡아나가면서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방식으로 발전이 됐던 것 같아요. 모호함이라는 개념과 해결해야 할 기능 사이에서 중심점을 계속 찾으려고 했어요.
이소림|그렇다면 혹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슨해야 할 부분과 타이트해야 할 부분이 나뉠 수 있을까요?
김상현|기능이 명확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반면에 이곳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설계의 정말 마지막 단계에 드러나는 공간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이 공간의 핵심 요소가 되기도 해요. 아이들의 경험에 대한 상상과 고려가 필요한 부분들은 서서히 정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소림|’잘 설계된 모호함’ 외에 또 이도 설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셨던 부분은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권순엽|이도는 단순하지만 복잡한, 인위적이지만 자연적인 부분이 공존하면서 양 극단의 가치들이 균형을 잡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형태적으로는 과감하고 과도한 형태를 넣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는 재료는 최대한 단순하게 사용했습니다. 재료가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이도를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담아주는 캔버스로서 단순한 재료의 벽이 공간을 분절하며 다양한 공간의 성격을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처음부터 벽이 중요한 요소였다든지 루버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을 세우게 되었고, 안과 밖으로 명확하게 구분 지어져 버린 부분은 그 경계를 느슨히 만들 수 있도록 루버를 들이게 되었어요.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소림|말씀해주신 것처럼 벽이 루버로 구성되면서 공간이 조금 더 느슨해지고 투명도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에 이 느슨함이 생기면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권순엽|한쪽 공간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틀었을 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어른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완전히 막힌 공간보다는 루버 사이로 들려오고 보이는 너머의 공간에서 다른 친구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겠다는 힌트를 계속 던져주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루버를 끝까지 고집을 하기도 했어요. 여기에 공간의 성격이 보다 더 명확히 주어져야 하는 미디어존 같은 공간에는 지붕을 얹어서 그 공간만이 가져야 하는 깊이감을 더해줌으로써 각 공간끼리 엮일 수 있었어요.
이소림|그 과정에서 도전이 되셨거나, 고민이 되셨던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상현|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봤을 때 새로우면서도 절대 실험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이 제 역할에서 도전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조형적으로 생소하고, 또 시립도서관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더욱이 경험해본 적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도서관 안에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갈 수 있을지, 튀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활동이나 공간의 콘텐츠가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트윈세대 친구들이 직접 공간을 써보는 데에 어려움이 없고 자연스럽게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 호기심이 생기지만 편안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공간의 완성도였고요.
이소림|그렇다면 이도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상현|저는 공간을 들어서서 맞닥뜨리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처음 이도의 문을 열면 여러 공간들이 중첩되어서 보이고 그 안에 있는 행위들도 중첩되어 보이면서 호기심을 내는 동시에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 공간에 대한 첫 번째 목표였어요. 두 번째로는 사용자가 벽을 따라갈 때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했었어요. 벽을 따라가다 보면 공간마다의 콘텐츠도 변화하지만 루버와 막힌 벽이 있고, 이 벽이 서가가 되고, 서가의 끝에 테이블이 있는 그 흐름을 순차적으로 맞닥뜨리면서 탐험이라는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의도한 흐름의 동선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소림|권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아하는 곳 딱 한 군데를 고른다면요?
권순엽|저에게 만약 이도라는 공간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이도는 저에게 숲 같은 공간이에요. 만약 숲에 갔다고 생각해 봤을 때 어디가 제일 좋은지 물으면 대답하기 정말 어려울 거예요. 왜냐하면 어떤 날에는 나무 사이의 간격이 눈에 들어오고, 조금 이른 시간에 왔을 때는 그늘과 햇빛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고요. 내가 어떤 공간에 왔을 때 그날의 감정이나 그날의 시간대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인상이 결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딱 한 곳을 고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만약에 하나를 고른다면 저는 입구를 꼽을 것 같아요. 세종시립도서관의 서가들을 지나서, 도서관 속에 또 다른 도서관을 만나는 경계점이 이도의 입구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섰을 때에 이제까지 지나온 서가들과 비슷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어 이게 뭐지?’ 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딱 그 지점이 탐험의 시작이 되어줄 것 같아요.
이소림|트윈세대를 위한 이 공간에 대해 가지셨던 비전이나 소망은 어떤 것이셨나요?
권순엽|프로젝트 착수회를 할 때 이렇게 말했었어요. 친구들이 이 공간에 와서 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만큼 이곳이 편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꼭 울 필요는 없겠지만, 내 감정과 내 생각들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집, 집 속에서도 내 방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졌었어요. 혼자서 글을 쓰다가 눈물을 흘려도 괜찮고 친구들과 매체를 통해 혹은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상현|처음에 시작할 때는 이 공간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정말 어려웠어요. 그리고 지금도 어떻게 쓰이게 될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설계자로서 제안은 했지만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다시 왔을 때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놀라움이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트윈세대 친구들에게 무한한 범위에서의 쓰임새의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소림|제가 공간을 잘 들여다보고 있다가,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내 감정과 내 생각들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집, 집 속에서도 내 방과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소림|이제 또 다른 새로운 space T 공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space T 프로젝트의 첫 공간이었던 우주로1216에서 시작해, 각 건축팀과의 협업 경험이 추진단에 내부에도 소중한 자산으로 쌓이고 있어요. 트윈세대에게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하구나, 배우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과정 중에 이런 공간은 꼭 필요하더라, 이다음 space T에도 이 부분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 남기고 싶은 자산이 있으실까요?!
권순엽|이것은 제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이제까지 만들어진 space T 공간들을 보면, 트윈세대가 갖고 있는 아이라는 면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공간이 설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었어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유쾌한 공간이어도 당연히 좋지만 저는 오히려 더 어른스러운 공간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윈세대의 지향점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데 그 변화를 알 수 없고 불확실해서 두렵기도 하고 아이에 머물러 있고 싶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친숙하고 말랑말랑한 놀이터 공간도 필요하겠지만 내가 갈 곳은 어른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불안과 욕구를 해소해주는 게 트윈세대 공간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콘텐츠가 그들의 취향에 맞춰 있기 때문에 공간과 콘텐츠가 균형을 이루며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던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김상현|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부분은 정말 끝까지 명확하지 않은 공간, 설계의 마지막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정해지는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어떤 요구사항이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알파나 베타를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기능일지, 어떤 크기 일지, 어떤 행위가 일어날지는 모르는 정의되지 않은 공간을 두고 시작하는 것이죠.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혹은 콘텐츠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혹은 끝까지 정해지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그냥 맡기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이 공간을 마련해두는 것이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그 지역 트윈세대 공간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윈세대 공간이라면 아무것도 없는 버블 공간 하나쯤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크지 않다고 해도요.
두 번째는 space T 프로젝트를 통해 쌓여온 콘텐츠나 공간적인 요소들이 지역에 맞게 가지치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심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소림|권 소장님께서는 건축가로서의 여정에서 있어서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가 있으셨나요?
권순엽|호기심이라는 것은 트윈세대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을 해소해주고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건축가들이 흔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말 즐거운 여정이었어요. 또 공간을 통해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것이 건축가로서 저희의 소명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 소명이 진짜 이뤄지고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보람이 있었어요.
또 한편으로 공간을 정말 다양한 포맷으로 사용하는 트윈세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영감과 감동을 받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소림|상현 디자이너님께서는 이제 공부를 하러 떠나신다고 알고 있어요. 먼 훗날 돌아보았을 때 스페이스 이도 프로젝트가 개인에게 어떤 프로젝트로 남길 바라시나요?
김상현|이도 프로젝트는 제가 정식으로 PM을 맡아 진행한 첫 프로젝트예요. 그래서 더 의미가 깊어요. 또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아이들 공간 설계를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딱딱하지 않은 설계가 좋아서 학과에서 설계 과제를 줘도 아이들 공간을 주제로 잡고 박물관, 어린이집 같은 공간을 만들었었어요. 그 과정에서 사용자를 이해해보고 상상도 하면서 진행했지만 이게 정답인지에 대해 확인을 할 수는 없었어요. 이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워크숍을 통해 친구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기도 하고, 다 만들고 나서도 아이들이 쓰고 있는 것을 직접 보고 어떤 마음으로 쓰고 있는지 얘기도 들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도 프로젝트는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서 어떤 지표가 될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사용하면서 트윈세대 친구들이 창작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처럼, 저 역시도 습관에서 벗어나 창작의 즐거움을 일깨울 수 있던 프로젝트였어요. 호기심이나 자극을 받았던 지표가 되는 프로젝트가 되어서 자꾸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트윈세대의 지향점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데 그 변화를 알 수 없고 불확실해서 두렵기도 하고 아이에 머물러 있고 싶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친숙하고 말랑말랑한 놀이터 공간도 필요하겠지만 내가 갈 곳은 어른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불안과 욕구를 해소해주는 게 트윈세대 공간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소림|마지막으로 이도 탐험가들에게 한마디 남기신다면?
김상현|이도를 이용하는 트윈세대들을 ‘탐험가’라고 부르는데, 그 말이 입에 탁 붙어서 좋았어요. 여행을 간다고 상상했을 때 목적 없이 놀고먹기만 해도 얻어지는 경험들이 있듯이 이도에서도 자유롭게 놀아줬으면 좋겠어요. 경험은 저절로 따라오는 거니까요.
그래서 이도가 콘텐츠 중심의 공간이긴 하지만 트윈세대 친구들이 한 번쯤은 목적을 두지 않고 공간을 자주 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벽 따라서 걷기도 하고, 창 밖을 보기도 하고, 틈새로 다른 친구들은 뭐하나 구경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공간 자체를 즐겨보는 약간의 시도를 해보고, 공간의 매력을 알아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권순엽|트윈세대 공간의 이상적인 모습은 누가 와도 놀이터 같고, 누가 와도 서재 같고, 누가 와도 작업실 같아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더 풍요로워지는 감각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고요. 트윈세대가 지나고 이 공간을 오게 되었을 때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의 질문과 자유를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소림|이도를 경험했던 이도 탐험가들은 나중에 이런 질문과 자유를 줄 수 있는 공간을 알아보는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서가가 책장이 되고 그 책장이 테이블이 된 공간을 경험해봤으니까요. 같은 공간에서도 보다 더 자유롭게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트윈세대 친구들이 한 번쯤은 목적을 두지 않고 공간을 자주 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벽 따라서 걷기도 하고, 창 밖을 보기도 하고, 틈새로 다른 친구들은 뭐하나 구경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이소림|정말 길고 깊은 프로젝트였던지라 오늘 인터뷰를 통해 모든 내용을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번 훑어보고, 공간과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말씀 들어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권순엽|저희도 이번 인터뷰 자리를 통해 프로젝트 리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으로서 각 space T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여다보는 기회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올해 만약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이제까지 참여하셨던 건축가분들과 각 공간의 운영자분들이 다 함께 모여서 ‘트윈세대 공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좀 커다란 주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봐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늘 프로젝트의 실무적인 부분만 얘기하기 때문에, 또 조성된 이후에는 대화의 기회가 더 없거든요. 오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이다음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들에도 큰 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소림|소장님 말씀에 정말 공감해요.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실험을 계속하면서 그 속의 발견점들을 갈무리해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올해 공간과 트윈세대가 관계 맺으며 그 속에서 어떤 경험들을 해나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촉진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말씀해주신 대화의 자리도 또 고민해보겠습니다. 말씀 전해주신 두 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
○ 인터뷰 진행 및 편집: 도서문화재단 씨앗 이소림 매니저
<루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상상과 탐험의 공간, 이도.> 글 어떠셨나요?
▶ 도서관 속 트윈세대 전용공간, space T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 각 space T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