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년 차 우주로1216 공간 개선 과정 아카이브 <1>
도서문화재단 씨앗은 space T 프로젝트를 통해 트윈세대를 위한 경험을 공간, 콘텐츠, 사람의 영역에서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space T 개관을 준비하는 과정뿐 아니라, 개관 이후에도 각 도서관과 운영 협약을 맺음으로써, 이 세 가지 영역에서 함께 협업하며 트윈세대를 위한 경험을 더욱 고도화시키고 공간의 운영을 안정화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3층에 위치한 우주로1216은 2019년 11월 개관한 첫 번째 space T입니다. 개관 이후 도서문화재단 씨앗과 우주로1216은 운영자분들이 쌓아주신 트윈세대 관찰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기획을 함께 해오고 있고, 또한 도서문화재단 씨앗 콘텐츠랩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우주로1216에서 가동되기도 합니다. 길목형 프로그램, 고양이 주제의 컬렉션, 트윈세대가 직접 진행하는 일명 ‘우벤져스 워크숍’,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와의 만남 같은 '제3의 어른 프로그램' 등이 모두 콘텐츠랩과 우주로1216이 함께 협업하여 만들어가고 있는 우주로1216만의 콘텐츠입니다.
이 과정에서 트윈세대의 경험 촉진을 위해 컬렉션을 재배치하기도 하고 재료바의 구성을 우주로1216의 이용자들에 맞춰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운영 3년 차를 맞이한 2022년, 우주로1216의 설계자, 시공자, 운영팀과 추진단이 다시 모여 공간에 쌓인 트윈세대들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을 시작으로 6개월간 진행된 우주로1216 공간 개선의 과정을 전합니다.
우주로1216의 설계를 맡았던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은 국내 최초의 트윈세대 전용공간을 디자인하며 이곳이 트윈세대에게 '너른 우주로의 탐험을 위한 정거장'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관심사를 넓고 깊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room이 아닌 territory'로서의 공간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벽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트윈가로를 통해 연결되는 공간 속에서 우주인들의 다채로운 활동을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우주로1216의 공간은 개관 이후 매일매일 쌓여가는 이용자들의 흔적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해나갔습니다. 사계절을 지나 보내고, 운영 만 2년 차를 채우면서 우주로1216을 이용하는 트윈세대들의 모습에서 경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운영자들은 설계 단계에서 건축가가 상상했던 공간의 가능성이 십분 활용될 수 있도록, 또 그 이상의 활용성을 이용자가 찾아나갈 수 있도록 트윈세대가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에 세심한 관찰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물감존이 만들어지고, 빈백의 위치를 조정하고, 공간 이용률이 낮은 공간에는 새로운 콘텐츠를 배치해보는 등 작고 큰 공간 실험들이 있었습니다. 공간 이용에 있어서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간이 경험을 촉진하고, 경험에 영감이 될 수 있도록 이번 공간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주로1216 공간 개선의 큰 목표는 이용자인 트윈세대의 경험 촉진과 운영자의 업무환경 개선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공간 개선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운영자와 함께 우주로1216을 돌아보며 우주인들의 평소 활동 경향을 전해 듣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용률이 낮은 곳,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크지만 불편함이 있는 곳, 현재의 활동을 더욱 촉진해줄 가능성이 있는 곳들로 현재 상황을 분석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운영자분들의 업무 환경을 돌아보고, 이용자와 운영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려한 공간 개선, 운영자의 집중 업무를 위해 갖추어져야 할 부분, 공간 전체의 수납공간 추가 확보 필요성 등으로 이슈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트윈세대 경험을 더욱 촉진할 수 있도록
운영자를 위한 공간은 편안하면서도 트윈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톡톡존
톡톡존은 우주로1216 이용에 필요한 회원가입, 체크인, 개인 물품 수납 등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주인 다현이 만든 우주로1216 캐릭터, '로빈'과 로빈 여자 친구 '루빈'이 우주인들을 환영해주기도 하고 우주인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예열을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톡톡존 창가 공간에 조금 더 편안히 앉아 수다도 나누고 보드게임을 할 수 있도록 러그와 쿠션을 놓았습니다.
쿵쿵존
쿵쿵존 무대는 우주인들이 음악을 즐기고, 발표 활동을 하고, 제3의 어른 강연을 듣거나 때로는 영화를 볼 수도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늘 개방되어있어서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지 않았고 아쉬움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쿵쿵존 무대에 메쉬 커튼을 설치해 때로는 열린 공간으로 때로는 조금 더 안락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입식으로만 이용하던 무대를 좌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빈백과 러그를 더하고, 미니 서가를 옮겨왔습니다.
슥슥존
슥슥존에는 창작활동을 위한 서른 가지 재료가 있는 '재료바'가 있습니다. 이 '재료바'는 콘텐츠랩의 스토리스튜디오, 수원 트윈웨이브, 세종 이도에도 있지만 각 공간마다 이용자들의 선호 재료, 선호 창작 활동에 따라 배치된 재료의 종류와 위치가 조금씩 달라져왔습니다. 우주로1216 슥슥존에서도 개관 이후 두 차례 재료바 개선을 진행했고, 이번 공간 개선을 통해서는 재료바의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가되는 재료들을 슥슥존 어딘가에 배치만 해둘 수도 있지만, 트윈세대가 재료를 한눈에 탐색하고 머릿속으로 조합해보며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또 창작활동 중에 필요할 때면 바로 찾아 꺼내어 쓸 수 있도록 재료들은 한 곳에 모여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 재료바의 층계 모양을 채워 직사각형의 수납공간으로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소재 중에서도 기존 재료바의 소재와 동일한, 하지만 기존 수납공간보다 짙은 색상의 나무를 선택했습니다. 공간에 남겨진 공간 개선의 흔적은 우주로1216이 고정된 곳이 아니라 이용자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용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공간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게 됩니다.
곰곰존
곰곰존은 혼자 혹은 둘셋이 모여 책을 읽고 사색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원래는 해먹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 언덕을 두어,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등 보다 입체적인 공간 활용을 상상했지만 이용률이 낮았고, 그보다는 편안히 오래 머물 수 있는 해먹, 창가 서가, 빈백 등을 선호했습니다. 곰곰존 계단언덕을 과감히 철거하고 해먹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든든한 사다리를 설치했습니다. 공간이 확 트여지게 되면서 더 안락하고 자유로운 곰곰존이 되었고, 제3의 어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이 우주로1216에 하나 더 만들어졌습니다.
운영자의 업무 공간
우주로1216에는 우주인의 활동을 조력하는 두 분의 운영자 '지구인'이 계십니다. 우주로1216을 든든히 지켜주시며 공간의 방향성과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계신 '써니님', 그리고 우주인들과 활발히 소통하시며 특히 슥슥존에서 일어나는 우주인들의 창작활동을 면밀히 살펴주시는 지구인 '조이님'입니다. '지구인 출몰지역 B'는 이 운영자들의 업무 공간이자, 우주인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소통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주인과 지구인의 소통이 더욱 원활할 수 있도록, 이와 함께 집중 업무 공간 또한 확보할 수 있도록 써니님과 조이님의 자리를 맞바꾸고 집중 업무 공간의 크기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오픈 공간에 위치하게 된 조이님의 자리에는 최소한의 파티션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도서관 지하와 우주로1216 등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수납공간을 한 군데로 모을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더 확보하는 것 또한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우주로1216 곳곳에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수납공간을 살려 자주 사용하는 창작 재료 등을 수납했고, 부피가 큰 물건들의 보관을 위해 톡톡존의 '지구인 출몰지역 A'를 아예 창고화하였습니다.
공간 구축 후 개선을 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있어서 원 설계자와 원 시공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습니다.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자문을 통해, 우주로1216에 쌓인 이용자들의 흔적과 원래 공간이 가지고 있던 자원을 균형 있게 고려하여 개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철거 후 다시 마감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던 것은 도면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은 시공 당시의 상황을 원 시공자가 기억하고 있던 덕분입니다.
또한 이용률이 저조하던 곰곰존 계단 언덕은 그 철거 여부를 한 번에 결정하지 않고 옆으로 이동시켜 이용자들이 반응을 하는지, 새로운 활용법이 생겨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용자의 모습을 관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누는 논의일지라도 그 해석 과정에 오류는 없을지, 전문가가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은 없을지 이용자의 반응을 한번 더 살피는 과정이었습니다.
우주로1216은 space T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공간이었기 때문에 개관을 준비하는 과정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숲길을 걷는 과정과도 같았습니다. 트윈세대 리서치를 하는 과정 속에서 트윈세대의 일상을 이해하고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처음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고, 이 리서치 결과가 반영된 설계안에는 지금까지도 space T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공간의 요소들이 있습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이 절실하다는 인식 속에서 각 주체들의 전문성과 선의를 믿고 함께 그 길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이번 공간 개선에 있어서도 또 한 번 함께,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트윈세대의 공간 이용 행태와 운영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기반으로 공간을 개선하며 이제 우주로1216은 우주인들을 위한 맞춤 공간으로 한번 더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원 설계자와 원 시공자와의 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간 것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번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공간의 운영에 있어서 공간을 돌보는 손길과 자원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우주로1216 공간개선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은 주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여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가 다음 글에서 이어질 예정입니다.
○ 추진 : 도서문화재단 씨앗
○ 협력 : 전주시립도서관 꽃심
○ 자문 : 이유에스플러스건축 서민우, 지정우 소장
○ 시공 : 메이트아키텍츠 이병욱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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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도서문화재단 씨앗 이소림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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