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대화를 돕는 넛지
TV를 없애는덴 의지보다 어쩔 수 없음이 컸다.
열두 평 우리 집은 방 두 개와 거실. 우선순위 따라 두 방을 침대와 옷으로 채우니, 책과 책상 둘 곳은 거실뿐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먼저 살며 쓰던 소파, TV를 치우기로 했다.
근데 TV 없이 살아본 적 없어서 막상 없앨 땐 내적 용기가 필요했다. 남들 하는 집 꾸미기 보며 나도 그 재미 느껴보나 내심 기대했는데, 직접 해보니 내겐 즐거운 놀이보다 은근히 복잡한 퍼즐 같았다.
논의 끝에 아내 의견에 따라 거실에 T자 형으로 책상을 두었다. 거실 중앙을 나누는 긴 책상을 마주 앉아 나눠 쓴다. 이렇게 지내보니 공부하든, 작업하든, 일하든, 밥먹든 간에 테이블 위 모든 것이 ‘마주 보는 대화’로 이어진다. TV스크린 한 방향을 보며 나누던 대화와 질과 양에서 크게 다름을 느낀다.
작은 집 구성의 어쩔 수 없음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상 속 '마주보는 대화'의 습관을 돕는 훌륭한 넛지를 발견한 기분이다. 앞서 느낀 복잡한 퍼즐의 일부 해결이다. 언젠가 더 넓은 집으로 옮겨도
TV는 두지 말아야지. (강한 의지+1)
#잡념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