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 널 데리러 시간제 보육에 가기 25분 전이다. 자다 깬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데려다준 터라 유아식을 넣어 보냈는데 잘 먹었을지 모르겠다. 아빠는 오랜만에 정릉천을 조금 달리고 돌아와 땀을 식히며 일기를 쓰는 중이다.
아침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고 더위가 덜 느껴지더니, 마침 달력을 보니 '처서(處暑)'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라는구나. 좀 시원해지면 산책도 더 많이 나가도록 하자.
요즘 걷기의 재미에 푹 빠진 넌, 계속 현관 근처를 기웃거리며 신발을 만지작거리곤 한다. 신을 신겨주고 현관문을 열면 제 발로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빙글빙글. 1층에 나가면 손도 뿌리친 채로 좁은 공터나마 활보하기 바쁘다. 어느새 이만큼 커서 스스로 걷다니. 기특하다.
저녁엔 인천 할머니가 고모할머니 병원에 오시면서 반찬을 주신단다. 네가 좋아하는 고구마순도 있다는구나. 주말엔 리모델링된 시흥 할아버지 댁에 간다. 네가 뛰어놀 수 있게 집을 넓혀 놓으신지라 얼른 와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슬슬 널 데리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곧 보자 해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