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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Mar 09. 2021

02.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무료게임타운, 글쓰기, 재능 이야기

혹시 무료게임타운이라는 핸드폰 앱을 기억하시나요? 써보셨다고요? 예전에 피쳐폰좀 만져보셨나보네요. 그 앱 문 닫는다고 할 때 굉장히 아쉬웠는데 지금도 그거를 추억하는 사람이 많을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갑자기 왜 그 이야기를 하냐고요? 오늘 이야기는 이거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이야기니까요.


보통 처음에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라는 질문 전에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처음 책을 읽는 버릇이 언제 들었나요?"


이 질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자소서에 맨날 닳고 닳도록 쓰는 내용이기때문에 이 곳에는 별로 쓰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어쩌다가 글을 쓰게 되었는가는 조금 다르다. 남들에게 좀처럼 하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그리고 오랜만에 내 대구패밀리들하고 또 연락을 이렇게 저렇게 주고받았기에 문득 생각이 나 적어보려고 한다.


무료게임타운이라는 앱이 있었다. 피쳐폰시절이니 앱이라고 말하는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무료게임타운은 무료로 게임이 가능하고 커뮤니티도 가능한 핸드폰 싸이월드나 버디버디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굉장히 우연히, 그러니까 뭐때문에 깔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우연히 그 앱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앱에는 게임 기능도 있었지만 커뮤니티 기능과 더불어 하나의 기능이 더 있었다. 바로 소설을 쓸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당시의 나는 게임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달빛조각사를 최신권까지 다 읽고 달빛조각사와 유사하다면서 짝퉁이니 뭐니 욕하는 사람이 조금 있었던 위드마저 끝까지 다 읽고 또 읽었으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이 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판타지를 좋아하는 나는 여타 다른 학생들처럼 으레 그렇듯 소설을 읽는 수준을 넘어서 소설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나는 무료게임타운 줄여서 무게타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 무게타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것은 게임판타지였다. 그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게임판타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글은 정말이지, 정말로 초등학교 6학년이 쓸만한 글이었다. 잘쓴다는 말은 절대 못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도 읽지 않는 소설을 쓰는게 즐거웠다.


하지만 소설은 완결이 나지 못했다. 실증이 났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내가 글을 잘 못쓴다는걸 깨닫고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대해 배워보고 싶어서 잠시 멈춘 것이었다. 그리고 무게타에는 네이버 카페처럼 카페 기능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나는 어떤 글쓰기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 카페에 들어가서 글솜씨가 꽤나 늘게 되었다. 글을 잘쓰는 형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을 받았고 그 덕에 실력이 오른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인연은 무게타에서 시작해서 무게타가 망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계속 이어졌다. 중학생이었던 형은 대학생이 되었고 고등학생이던 형은 대학교를 졸업해 취직을 했지만 쉽게 맺어진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부 소설가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공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공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웃긴건 그 옛날의 인연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도 그 아자씨들에 비하면 글을 굉장히 못쓰는 편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서 대학교에 편입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대구 근교에 모인 공학도, 대구패밀리들은 글을 한 때의 추억정도로 생각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대구에서 만날 때 더이상 글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각자 전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미래 과학이 어쩌구, it가 어쩌구, 산업혁명이 어쩌구 와 같은 딱 듣기만 해도 공돌이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한다.


문예창작은 인문분야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예체능분야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대학교는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특정 대학은 문예창작이 인문분야에 놓여있고 특정 대학은 문예창작이 예체능분야에 놓여있다. 하지만 나는 문예창작이 예체능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한 선배가 내게 이야기했다.


"문예창작과 지원했다면서? 재능의 높은 벽을 한번 보려고 지원한거야? 그거 봐도 좌절감밖에 안들텐데. 내가 중학교 때 야구해봐서 알거든. 우리 동네에서 제일 야구 잘한다는 녀석이 나였는데 나는 놈들 앞에서는 장난감이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으로 소설은 재능의 분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중학생이 글을 써도 천부적으로, 그러니까 두서없는 나보다 훨씬 잘 쓰는 경우도 있고 60대 노교수가 나보다 글을 딱딱하게, 못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글이라는 것이 재능의 분야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지금은 공학도가 된 형들이 나보다 조금 더 재능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쓰는 소설이, 내가 쓰는 글이 유쾌하고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그 글을 쓰는 지금이 즐겁고 글을 쓴 후 돌아보는 내가 즐겁기 때문에 아직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은 더해서 말이다.




이와 별개로 무게타에서 만났던 인연은 어쨌든 지금 대구패밀리라고 부르는 인연이 되었고 아직도 반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때문에 못만난지 1년정도 되었지만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고 코로나가 끝나는대로 각자 술 한 병씩 사들고 모이자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물론 나는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해서 술 한 병 사들고 가서 형들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맥주를 홀짝거리는게 전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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