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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Apr 17. 2023

33.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최근 읽은 책들과 일상

 혹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가? 나는 지금의 20대 후반, 30대 초반들과 비슷하게 해리포터로 처음 판타지를 접했다. 해리포터로 소설을 접한 그 당시의 10대는 자라면서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첫 번째는 정통 판타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부류이다. 이 쪽에 속하는 사람들은 다음으로 반지의 제왕, 테메레르, 타라 덩컨과 같은 해외 판타지를 찾아 읽거나 이영도 작가, 전민희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관심사를 확장시켜 나간다.


 두 번째는 일본식 라이트노벨 판타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부류이다. 지금이야 웹소설을 읽는 독자층이 많아졌고, 그 시장 또한 웹툰과 같이 묶이기 시작했기에 마이너 하다는 인식이 적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소설을 읽는 것이 죄악처럼 느껴지는 시절이 있었다. 일본식 판타지, 여성의 성적 대상화(이런 부분에 대해서 현대의 웹소설이 나아졌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지적에 대해 반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시의 반일 감정에 걸맞지 않은 일본 색채의 소설. 결정적으로 당시의 잘 나간다던 소설들 중 일부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청소년기의 정서를 해치는 주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인식들로 인해 두 번째의 부류는 사회에서 배척을 받고 기분 나쁜 부류로 취급받는 수준을 넘어 지금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런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에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 와 같은 논리로 괴롭힘을 정당화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꺼냈는가? 나는 그 중간에 어중간하게 서있었기 때문이다. 읽고 싶었던 책이 너무 많았기에 아무 책이나 읽었다. 하루에 두 권꼴로 책을 읽었고 학교에서는 판타지, 교양서적들을 읽고 집에서는 서브컬처 소설이나 학교에서 미처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는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존경스러운 수준의 독서량이었다. 어떻게 책을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그리고 위의 이야기는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불온서적 비슷한 취급을 당했던 라이트노벨, 그중에서도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최근에 읽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책들과는 조금 스타일이 많이 다른 책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 첫 번째 책은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다.

 맨부커상 수상자 조지 손더스의 책. 정말 간단하지만 우리가 말로 설명하지 못했던 것들,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처럼 명작이라 불리는 단편들을 가져와 읽어보면서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분석하고 더 나아가 -왜 이렇게 표현했는가. 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준다.


 이는 머리로는 깨달을 수 있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물이 일상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이 광경은 이미 그녀에게 익숙해져 있다. 이 도시의 생식학적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언급들을 간단하게 짚어나가면서 저자는 허투루 쓰이는 문장은 없음을 독자, 그리고 미래의 작가들에게 다시금 되새기는 것이다.


 솔직히 점심에 이 책을 읽기에는 조금 버겁다. 밥이 들어간 이후 한 시간은 졸지 않으면 다행인 시간이다. 그런 시간에 머리를 팽팽 굴리는 책을 읽고 있으면...... 눈꺼풀이 저절로 무거워진다. 그래서 이 책은 퇴근 후에, 혹은 주말에 시간이 남을 때 틈틈이 읽고 있다.


 이 책은 심도 깊은 독서를 하고 싶은 독자와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미래의 작가 지망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문장은 조금 어렵고 번역투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내용은 소설이 하이라이트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이라이트 이전, 이후의 모든 것들에서 힘을 빼면 안 됨을 강조하고, 또 좋은 독서 방향성을 찾아준다. 아마 책을 읽고 -잘 읽었다. 정도로 끝내지 않고 이를 다른 책들에 대입해 본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어려운 첫 책을 지나 최근 점심에 읽었던 두 번째 책은 이 책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속칭 '페이트'라는 작품에 대해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PC게임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모바일 게임까지 다양한 부류를 섭렵한 이 IP는 일본의 서브컬처에 대해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인데, 이 소설 또한 그 IP의 일부로 정확히는 스핀오프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나는 이런 부류의 작품을 좋아한다. 어반 판타지, 마법과 초능력, 그리고 조금 왕도에서 벗어난 이야기. 이 책을 처음 읽어보면 아마 추리 소설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은 점점 희석되어 간다. 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추리는 의미가 퇴색된다. 추리소설의 삼 요소 후더닛, 하우더닛, 와이더닛에서 후와 하우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라는 부분을 마법이 채워버리면 당연하지만 물리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진다. 즉 알리바이가 무력화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렇기에 와이더닛을 강조한다. 왜 죽였는가. 왜 죽여야만 했는가.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나머지는 IP 세계관의 마법과 초능력, 그리고 넓은 스펙트럼의 고대, 근대의 전승과 전설, 기록들로 이 이야기를 합리화시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책은 신전기, 즉 일본식 어반판타지를 좋아하고 깊이 있는 세계관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애니메이션 또한 괜찮게 작품이 나온 편이기에 소설을 읽기 부담스럽다면,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이 부담스럽지는 않다면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해보고 그 후로 이 책을 접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페이트 IP이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을 접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 소설만으로 읽어도 부담감이 적다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애니메이션 본편만을 본 상태였다. 그럼에도 작품을 받아들이는 데 문제는 없었다.


 단지 최근 웹소설에 익숙해져 짧은 문장을 선호하는 독자들은 조금 싫어할 수도 있다. 이 책은 페이트 설정집이라는 악평이 있을 정도로 길게 늘어지는 문장과 마법과 마술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오컬트적인 요소는 독자와 이런 부류의 글을 써보고 싶어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지식의 갈피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재미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아마 취향이 갈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이야기이다. 최근 공군 행사에서 행사 지원 요원으로 참가했다. 전역 전 마지막으로 동약복을 입고 행사를 돕는다는 생각에 이른 아침부터 호출되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늘 그렇지만 공군의 행사에는 언제나 블랙 이글스가 함께한다. 한 때는 블랙 이글스의 정비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모두 마음 한편에 접어놓고 공군을 떠나야 한다.


 나는 저 도색과 데칼이 마음에 든다. 하얀색과 검은색의 조화, 그리고 배면에 보이는 노란색 도장. 지금까지 공군 행사를 지원하면서 블랙 이글스의 에어쇼 또한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을 한 T-50B의 에어쇼는 가슴을 뛰게 만든다. 부대 안에서 보내는 마지막 행사. 아마 이 마음은 내가 공군을 떠난 후에도 끝까지 가지고 갈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만약 출판사에 취직을 해 일하게 된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또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런 마음에서 오늘 피곤했지만 즐거운 행사를 만들어준 공군 부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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