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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May 18. 2023

35.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형제

 내게는 위로 형제가 한 명, 아래로 형제가 한 명 있다. 좋은 뿌리 위에는 좋은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일단 내가 좋은 열매인지는 논외지만- 보면 볼수록 배울 점이 많은 형제들이다. 며칠 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가 학교 생활을 하고 일상을 보내면서 느낀 것들을 글로 쓰고 있다나. 난 내가 쓰는 이야기가 부끄러워 남에게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자기가 쓰는 글을 선뜻 내게 보여주겠다고 말하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답으로 내가 썼던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를 보여줬다.


 음, 블로그 하니까 생각이 난다. 옛날에 소설을 40~50편씩은 써놨던 거 같은데...... 그건 안 읽어보면 좋겠어. 썼던 순간들이 후회가 된다거나 흑역사라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솔직히 다시 읽을 때마다 부끄럽기는 하거든. 어쨌든 오늘은 나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주말 토익시험을 위해 본가에 올라갔다. 본가에 올라가기 전, 내가 가장 먼저 마트에서 산 물건은 군납용 위스키였다. 형이 20대 중반부터 한두 잔 술을 마시는 취미가 생겼는데 이게 이제는 일상이 되었는지 생각이 나면 가끔 하이볼을 마시고는 한다나. 솔직히 맥주 한 캔도 맛없어서 안 마시는 내 입장에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형은 언제나 나를 맞이하고는 자기가 그간 봐왔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최근에 읽은 책이라던지, 최근에 본 영화라던지. 아니면 유튜브로 찾아본 뮤지컬,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 깊지는 않지만 그 스펙트럼은 생각 이상으로 넓다. 지난번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12년 영상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보자마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을 봤냐는 질문으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더 크게 들고는 한다. 나 또한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중적인 것들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냥 관심의 방향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역을 하고 출판 편집자를 준비해 일하게 된다면 그때는 필히 트렌드 분석에도 능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지는 않아도 넓은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형은 과거에 광고회사에서 영상 촬영 업무를 했었다. 그때 했던 일들 중 하나가 그날, 그 주에 인상 깊은, 유명한 광고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 가지게 된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분석하는 시선, 그 시선이 형의 성격과 맞물려 계속 빛나고 있는 건 아닐까. 나 또한 저런 시선을 가져야 할 텐데. 괜스레 집에 갔다 와서는 반성회를 열게 된다.


 며칠이 지나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블로그에 일상적인 글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를 한다면 서로이웃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 임용고사를 앞둔 미래의 국어 교사는 얼마나 글을 잘 쓸까. 그런 생각에 당장 내 블로그와 브런치를 보내줬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동생이 부러웠다. 나도 누구를 가르치고 알려주는 일을 좋아했고, 또 될 수 있다면 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기도 했으니까.


 서로이웃을 한 후 나중에 올라온 동생의 글은 생각보다 굉장히 담백했다. 순수하다고 할까, 옛날에 썼던 글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문장 자체가 직설적이고 진실되었다. 뭔가 문장에 허례허식을 가해서라도 꾸미고 싶다기보다는 정말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었던 모양이다. 동생의 글에는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수업 운영, 교사라는 자리와 역할, 자신의 성격, 교수법. 아마 교사가 되기 전에도, 된 후에도, 앞으로도 계속 가지고 갈 고민들일 것이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습자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발맞춰 올라가야 한다. 페이스 메이커가 속도를 맞춰주는 것처럼 공부에 대한 흥미라는 호흡을 잃지 않게 꾸준히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나는 동생이 남을 가르칠 수준이 아직 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불수능이라고 불리던 시절 1등급, 2등급을 받으며 수능 시험을 무사히 치른 학생이었고 지금도 매일 공부에 몰두하는 훌륭한 학생이기에.


 하지만 교수법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동생은 남들 앞에서 당당하고 시끄럽게 떠드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교사라는 자리는 학생을 단순히 가르치는 것을 떠나 감정으로 공감해 주며 성장을 북돋아주는 자리다. 나는 이런 고민을 교사 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언제나 잊지 않고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다.


  후배를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적으로만 완성시키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가 이 조직,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사수의 역할이고 선배의 역할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하물며 성인인 직장 후배조차 업무와 더불어 적응과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세우는 일까지 도와줘야 하는데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이라면 어떻겠는가.


 교수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과거 사랑의 매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때리며 인성 교육을 해온 선생님들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되었고, 교과서만 펼쳐놓고 달달 읽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무시하는 교육 수준에 맞지 않는 교사가 되었다.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가 교육이라는 필드에서 일하고 있지 않기에 하는 무책임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학생들과 같이 발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더라도 대다수가 느끼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다.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 몇몇 사람들은 지금의 교사는 수준이 떨어지고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하지만 이는 틀린 이야기다. 매 년 수능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고 교사라는 자리는 그중에서 상위 10% 이내에 드는 사람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자리다. 4년간 끊임없이 교수법, 상담, 심리, 전공에 대해 공부했을 것이고 국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전문가는 되지 못할지라도 국어 교육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는 충분히 배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지도에 임했으면 좋겠다. 일부 사람들이 군인에 대해 불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전 정비사로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하는 나처럼 언제나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너는 어쨌든 자랑스러운 동생이니까.


 솔직히 용돈이나 받아가는 괘씸한 녀석(장난이다.)이라고 생각했지만 글 쓰는 것을 보니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부끄럽지 않게 행동해야 할 텐데.


 최근 독후감 공모전이 있어 작성 후에 제출했다. 독후감을 쓸 당시 시간이 밤 11시였고 작성 기한이 다음 날 10시여서 급하게 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쓰고 퇴고한 당시에는 나름 볼만한 글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그렇게 새벽에 제출하고 출근했는데 막상 다음 날 읽어보니 좀...... 그렇다. 중간에 내용을 좀 더 채웠으면 좋았을 텐데. 좀 더 두루뭉술한 말들을 뺐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전 날 쓴 글을 다음 날 읽어보고 후회하는 것은 깨지지 않는 법칙인가 보다.


 소설을 하나 구상하고 있다. 정확히는 구상하고 있다기보다는 옛날에 대학 과제로 제출했던 소설을 좀 구체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는 것. 뭐든 써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핑계만 대면서 카드 게임을 키는 내가 밉다...... 주말에는 쓸게. 주말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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