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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an 28. 2023

05. 사회생활하는 대학생 이야기

새 보금자리에서 보내는 겨울

 날씨가 많이 춥다. 나는 경기도 출신이기는 하지만 어른이 되기 직전, 그리고 어른이 된 이후로 10년가량을 대구에서 보냈다. 대구, 한반도의 불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덥다는 말로 유명한 그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올해 충청도에서 보내는 겨울은 유달리 춥게만 느껴진다. 거기에 끝없이 내리는 눈, 나는 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었다.


 한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아니 지나간다고 하면 이미 반환점을 지나 터널 끝인 것 처럼 느껴지니 그 중간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 이렇게 고치자. 말하자면 고속버스에서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핸드폰으로 확인해 본 위치에 고속도로 한복판이 찍혀 있는 기분이다. 지나가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 몸이 움츠려드는 수준이 아니라 내가 거북이라면 패딩 속에 머리를 쏙 집어넣고 싶어지는 날씨, 지금의 날씨는 많은 말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가 적당하다.


 나는 이런 날씨가 올 때면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한다. 첫 번째는 여자친구,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여자친구는 이런 날이 되면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공부도 추워서 힘들어하고 움직이는 것도 추워서 힘들어한다. 거기에 찬바람을 많이 마시는 날이면 여지없이 컨디션이 뚝 떨어져 두통을 호소하고는 한다. 이런 날이면 목소리만 딱 들어봐도 안다. 기운이 없는 듯한 목소리, 내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면서 과장되게 행동하지만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 여자친구는 내게 늘 따뜻한 물을 권하지만 이런 날일수록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건 그녀인데.


 두 번째로 떠올리는 것은 본가에 있는 나의 가족들이다. 우리 집은 방이 유달리 춥다. 아무리 찬바람을 막기 위해 유리창에 에어캡을 붙여도, 유리창을 이중으로 닫고 문을 닫아도, 따뜻한 물을 끓여놔도, 연립주택 외벽을 타고 들어오는 한기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렇기에 가족들은 외출을 한 후에 언제나 전기장판을 켜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한번 그곳에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 나도 본가에 올라갈 때면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움직인다. 나갔다 들어오면 전기장판에 쏙, 그러면 그 후로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한다. 그저 전기장판 안에서 뒹굴거리면서 핸드폰만 좀 만지는 것이 겨우다. 이런 생활을 어렸을 때부터 해와서 그런지 몰라도 내게 전기장판이라는 것은 조금 특별한 존재다. 매년 화재사고가 있다는 말이 있어서 언제나 주의하지만 그래도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존재, 우리 가족들에게 언제나 꼭 필요한 존재, 결국 나는 외지에 나와서 전기장판을 하나 사고 매트리스 위에 깔았다. 행여 매트리스가 탈까 매트리스 위에 이불도 하나 깔아주고 그 위에 전기장판을 곱게 깔았다. 나도 내 가족들과 같은 기분으로 침대에 누울까? 문득 침대에 몸을 뉘일 때 다시금 가족을 떠올린다.


 마지막은 내 동생이다. 교원대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동생은 어른이 된 이후로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1, 2년에 한 번 일정이 맞아 우연히 얼굴을 보게 될 때 달라진 모습에 놀라고는 한다. 아마 동생도 나와 같은 기분이겠지. 추운 날씨에도 동생은 올해 있을 임용고시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설 연휴가 끝날 때 동생에게 용돈 조금을 쏴주면서 전화를 걸었다. 임용고시가 언제쯤 끝나냐, 그러면 결과는 언제쯤 나오냐, 요즘 게임은 안 하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여행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모든 시험이 끝나면 가족끼리 다 같이 여행이나 갈까, 나도 그때쯤이면 전역할 거고, 우리 모두 겹치는 시간이 그쯤이지 않을까. 1년, 그 시간까지 1년이 남았다. 먼 이야기지만 그때까지 모두 생각했던 것들이 잘 이루어지면 좋겠다. 나는 나대로 나갈 준비를 훌륭히 마치고, 동생은 동생대로 임용고시가 무사히 끝나고 모두가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내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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