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아트북페어부터 국제도서전까지 많은 행사가 있었기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이번 달이 유달리 조용하게 느껴진다. 아니 사실 조용하게 보내고 있는 게 맞다. 6월까지는 교육을 받기 위해 학원에 들락날락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으니. 더군다나 며칠 동안 소나기가 오다니는 날씨가 이어져 바깥 활동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지라 요즘에는 집에 자주 붙어있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창문형 에어컨 틀고 있는 게 더 싸게 먹히기도 하고?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계속 나를 찾는다는 점에서 위안이나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쌓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찾을 때마다 나가서 얼굴 비춰주고는 하는데 이러다가 퇴직금을 빨리 까먹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좋고, 또 부모님도 10년 가까이 일했으면 1년은 쉬면서 새로운 일을 위해 계속 배워도 좋다고 이야기하시지만 내심 나는 다시금 일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 그래도 조급하게 아무 일이나 막 시작해서는 안되는데, 언제나 그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것이 이 생활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내 7월 그간의 일상 이야기다. 새로 베이커리를 여는 아는 형님의 새로 여는 베이커리 카페 방문 이야기, 중학교 동창이 강아지 수영장에 가자고 불러 가게 된 이야기, 서평을 쓴 후 봤던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이야기까지. 생각해 보면 나는 꼭 하루에 한 건씩 적어도 될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 모은 다음 적고는 한다. 이게 성공하지 못하는 브런치 유저의 모습일까.
1. 서평이 끝난 후 봤던 영상들 이야기
서평 작성이 끝난 후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예전에 보려고 했던 영화, 애니메이션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챙겨본 애니메이션은 「공의 경계」, 소설은 20년 전, 영화는 17년 전에 처음 나온 작품이었다. 내가 이 장르가 유행하던 시대에 학생이었던 세대여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직도 이 시절에 유행했던 신전기 소설을 그리워하고 있다. 도시의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반 판타지와 환상문학적 특성과 만남과 사랑을 다루는 전기문학의 특성을 가져온 신전기 소설. 아직 단행본 판타지 소설이 유행하던 시대에 일본식 라이트노벨은 많은 학생들에게 지금의 유튜브만큼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이야기에 매료된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결국은 사랑 이야기가 보고 싶었다. 비일상 속의 사랑, 많은 이들이 환상문학을 이야기할 때 지적하는 현실 도피가 아닌 비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긴 8편의 이야기동안 눈에 보이는 사랑 이야기는 많지 않았지만, 마지막 주인공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는 짧은 2분이 이 모든 극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웃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걷는 것만으로도 기뻤으며, 언젠가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는 독백. 감정을 찾아가다 마지막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그간 보냈던 여정의 보상을 받았다.
더 이상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가 주류가 아닐뿐더러 이제는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애틋한 인풋을 받고 싶다. 내가 어린 시절처럼 소설을 쓰는데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내가 원했고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장르적 비주류가 되었고 나 또한 그 시절만큼 열정에 불을 붙여 써 내려갈 수 없다. 독자로 남고 싶지만 비단 소설뿐 아닌 많은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더 이상 찾기 어렵다. 그렇기에 나는 강물에 떠내려간 한 시대를 풍미했음을 보여줄 이정표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글을 쓰지 않을까, 아마도 애틋한 사랑이 담긴 이야기를.
2. 강아지 수영장에 처음 간 이야기
장마가 오기 전 더운 주말, 갑자기 강아지 수영장에 갈 사람을 구한다는 카톡을 봤다. 사실 강아지 수영장보다는 라볶이에 관심이 있었다. 수영장을 배경으로 한 채 찍어 올린 라볶이가 정오를 지나는 오후에 왜 이렇게 맛있게 보였는지. 거기서 먹는 라볶이가 그렇게 맛있다는 후속타에 선뜻 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자 차를 끌고 오던지 아니면 강아지 수영장까지 유모차를 끌어달라는 말을 들었다. 강아지 수영장을 가는 건 좋지만, 아니 정확히는 가서 먹을 라볶이가 기대되었지만 털 날리는 멍멍이를 차에 태우고 싶지는 않았다... 부모님도 자주 타시는 차니까 털 없이 깨끗하게 타고 싶었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 후에 동창의 집에 들러 멍멍이 구명조끼도 같이 찾고, 유모차도 조립해 주고, 멍멍이를 태운 채로 강아지 수영장까지 데려다주고(한낮의 햇살로 데워진 아스팔트는 강아지 발바닥에 치명적이라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강아지랑 같이 물에 들어가기까지. 솔직히 내가 집에 놀러 가서 밀이야! 하면서 막 쓰다듬어주고 귀여워해준 건 맞지만 수영복도 안 챙겨 왔는데 물에 들어가라니... 나 때문에 강아지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억지에 같이 물에 들어갔지만 녀석은 그런 우리의 노력은 신경 쓰지 않는 듯 물 밖에서 서성이며 놀았다.
처음 가본 강아지 수영장의 후기는 일단 수많은 강아지들이 귀엽다는 점과 대형견들은 사람에게 놀자고 달려드는 행위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점이었다. 귀여운 골든 리트리버가 놀자고 뛰어와서 앞발로 내 얼굴을 툭 쳤는데 순간 목이 돌아갈 뻔했다. 아니, 이건 좀 오버긴 한데 확실히 뺨이 화끈해질 정도로 앞발 스윙을 시원하게 지르기는 했다. 대형견을 키우려면 운동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저만한 녀석이 놀자고 앞발 들면서 달려들면 진짜 압사당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가서 먹은 라볶이는 맛있었다. 후에 합류한 다른 친구까지 합쳐 셋이서 먹은 라볶이는 물놀이 이후라 그런지 꽤 각별했고, 다음에도 초대하면 같이 놀러 가도 좋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같이 가는 멍멍이 밀이가 귀엽기도 하고. 나는 -털 날리는 짐승은 돈 벌어오는 짐승이어야 한다. 라는 아버지의 가훈 아래-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지는 않지만 강아지를 키운다면 강아지가 깨어있는 시간 내도록 귀여워해주는 것이 주인 되는 이의 의무이자 사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같이 놀러 간 반나절 내내 귀엽다고 쓰다듬었다. 나중에는 왜 너는 강아지 안 키우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내 중학교 동창들의 집에 놀러 가보면 모두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내가 태어날 당시의 20대 후반이라면 강아지 대신 가족이 집에 함께 했을 텐데. 29이 된 지금도 우리는 중학교 그 시절처럼 놀고, 강아지를 키우며 변하지 않은 채로 살고 있다. 과거였다면 모두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거겠지. 결혼하지 않는 청년들이라는 말을 뉴스에서만 보고 있으니 남 일처럼 생각해 왔지만 사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모두 직장이 있었고, 직장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는 아직도 중학생 그 시절처럼 살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연애도 하고, 어쩌면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나도, 우리도 결혼하고 가정을 만들 수 있을까. 이제는 코앞의 이야기여야 할 텐데 아직도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일단은 일부터 시작하고, 운동도 계속하고, 언젠가 사랑을.
3. 아는 형님의 새로 여는 베이커리 카페 방문기
올해 초순 결혼했던 형님이 곧 베이커리 카페를 연다는 이야기에 다 같이 찾아갔다. 프랑스에서 꽤 오랜 기간 제빵을 배웠던 형님, 보드게임으로 알고 지냈던 서울 보드게임 패밀리의 일원, 결혼식날 친형이 선물 받은 물건이라고 이야기하며 말도 안 되게 눈에 띄는 넥타이를 하고 가도 웃어줄 정도로 가까웠던 친우. 이제 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빵집이 열린 것이다.
내가 갔던 당시에는 아직 준비가 미비한 상태였다. 가구도 덜 들어왔고, 그 형님은 오픈까지 10일도 남지 않았으니 매일 빵을 구우면서 준비, 인스타에 올릴만한 예쁜 빵 사진도 아직 찍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가게 오픈 축하한다고 찾아간 사람들이 어쩌다 보니 빵 사진을 대신 찍어주게 되었다. 막상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로 괜찮나? 싶었지만 한때 광고회사에서 PD로 일했던 친형의 컨펌 아래 다 같이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일단은 괜찮은 사진들이 많이 나왔다. 뭐, 가서 카드나 펼쳐놓고 보드게임이나 즐기는 것보다는 이게 낫겠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그래도 그 형님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요즘 새롭게 가게를 차려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직접 베이컨도 만들고 소시지, 햄까지 전부 만들면서 노력하는 형님이 망하면 우리 서울 보드게임 패밀리 모두가 슬퍼질 테니까. 또 성공해야 거기에서 나중에 보드게임도 하면서 놀고 나도 가서 책 사진 찍으면서 시간도 보내고 하지. 이런저런 말을 많이 덧붙였지만 성공하면 좋겠다. 우리에게 내준 맛있는 빵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24일, 아마도 빵집은 오픈했을 것이다. 23일부터 오픈한다고 했으니 만약 첫날 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열었겠지. 지금은 네이버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인스타그램 정도밖에 없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진과 위치정도는 올려본다.
이 건물 2층에 있는 피노키오베이크샵이다. 아마 빨간 페인트로 상호가 예쁘게 발려진 2층 건물이라 멀리서도 눈에 띄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인근에 아파트가 많이 있으니까 아마 입소문만 나면 장사가 잘 되겠지? 나도 다음에 또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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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소가 나와서 정식으로 올려보려고 한다. 최근에도 가서 맛있는 빵을 이것저것 사먹었는데 좀 더 바삐 일하시고 돈 많이 벌으셔야 우리들이랑 같이 보드게임도 많이 하니까. 갈 때마다 빵 사진도 이리저리 찍어서 올리겠다.
요즘 사는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들려주면 백수면서 왜 이렇게 열심히 사냐는 이야기를 더러 듣고는 한다. 내가 생각해도 백수치고는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미술전과 여름편집자학교 강연을 들으러 가고, 다음 주에는 오션월드도 다녀오니까. 지금 하고 있는 활동 하나하나가 미래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내일도 몸을 움직여본다. 이제 곧 8, 9월 하반기 공모 시즌인데 더 노력해 봐야지.
강연이 끝난 후에는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이번 강연은 글항아리 편집장님의 강연인데 마침 최근 글항아리에서 나온 『나쁜 책(금서기행)』을 읽고 있어서 강연을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을 시작한 후엔 지금처럼 열심히 여러 활동을 구경하러 다닐 수 있을까? 주말이면 피곤해서 쓰러져 누워 있지는 않을까? 미래의 일이기에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학교생활을 하다 쉬는 게 아닌 일을 하다가 쉬게 된 삶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바깥 활동을 모르던 삶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바깥 활동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옛날처럼 인도어파로 살기보다는 아웃도어 활동을 더 활발히 하며 살고 싶다.
도서관에서는 4권의 책을 빌려왔다. 그렇게 굵은 책들은 아니지만 부단히 읽어야 또 새로운 책을 빌려올 테니 다음 일정까지는 집에서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