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필요한 적당함의 크기

상처 02. 내가 느끼고 있는 현재의 상태에 대하여

by 진민경

"까짓 거 적당히 하면 되지 뭘"


주변 어른들에게 핀잔 섞인 소리를 자주 들었던 습관적인 입버릇이다. 무슨 일이든 매사에 대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나이를 먹어서도 습관이 된다며 혀를 끌끌 차곤 하셨더랬다. 역설적이게도, 어른이 된 나는 이상한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계획했던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을 때의 상실감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갔느냐 물어본다면 신기하게 그건 또 아니다. 삶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완벽한 계획에는 의도치 않은 변수가 언제나 존재했었고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질책하며 실패를 경험한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나의 평가는 언제나 0점에 가까운 상태였다. 예를 들어 100점을 자기 평가의 최고 점수라고 했을 때, 내가 느끼는 상태는 솔직히 최악이었던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할리는 만무했고, 바꿀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기꺼이 내주겠노라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물론, 로또 1등과 같은 일확천금의 기회가 수시로 내게 찾아왔던 것은 아니다. 매 순간마다 내가 가진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다. 특별히 누가 가르쳐 주길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소 어리숙한 면도 있었던 젊은 혈기가 이런 부분까지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어느 정도 멋스러운 나이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삶에서 필요한 나름의 적당함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이름 모를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릴 즐거움이 남아있다는 것.


잘 마른빨래를 정리하면서

수고로움의 한 숨을 내쉰다는 것.


꽃의 아름다움을 기억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이 내게도 존재하는 것.


나로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




이처럼 일상에서 마주하는 적당한 상태의 어떤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가끔씩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지할 겨를도 없이 너무나 당연시하게 여겨왔던 내 삶의 일부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나 자신을 지키고 돌보는 방법의 하나라는 것을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깨달음이야말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내게 주는 하나의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나는

0점보다 조금은 높아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나를 위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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