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07.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리숙한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의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를 현재로 끄집어내야만 하는 어떤 순간이 존재한다.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마다 특히 그렇다.
이처럼 삶에서 여행이 꼭 필요한 순간에 나는 본능적으로 어디론가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아마도 머나먼 이국 땅에 선명한 발자국을 내딛고 나서야 여행이 가져다주는 일상의 부재를 실감할 수 있었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때로는 차마 내려놓지 못했던 수많은 갈등과 고민조차도 한 순간의 불편한 감정으로 추억되는 날것의 향수가 사무치도록 그리워진다. 잠깐이나마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는 경험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내가 될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을 자유를 되찾았다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내일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느꼈던 알수 없는 설렘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오늘의 민낯에서 다시금 기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