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처 08.

by 진민경

생각해 보니, 나의 감정에는 뚜렷한 실체가 없다.


즐거움에 있어야 할 기쁨이 없고 괴로움에 배어 있는 슬픔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본 결과, 사실은 이 마저도 마음속에서 미리 알아챈 일종의 허상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지례 두려워하며 내가 먼저 고통스러운 감정에 몸서리치는 상황 자체가 그렇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당신이 느낀 감정이 서로가 다른 크기의 그것이라면, 이것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인 것일까, 혹은 상상에서 마음을 비춰낸 환영인 것일까. 사물과 현상이 무의식의 경계에서 부딪히는 순간, 우리의 내면 속 각인되어있는 상상의 이면들이 눈앞의 현실로 투영되어 드러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그 자리에서 언제나 실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나의 감정에는 기쁨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나타났다 사라지기에 바쁘고, 슬픔은 그저 조용히 바람의 스치는 소리에 띄워 보낼 뿐이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의 여울에 오늘의 행복이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기억하는 즐거움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어제와 내일도 오늘의 하루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지나간 어제와 다가올 미래 역시 나에게는 또 다른 오늘의 일부이지 않았었던가. 내가 느끼는 지금의 이 감정도 사실은 그렇게 다를 것이 없다.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스스로의 입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타인의 결정에 의해 나의 감정이 좌우된다면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인 것인가, 혹은 의도적으로 끌어당긴 상상의 구체화인 것인가.


결국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저 가만히 내면의 울림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스스로가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타인이 되어주도록 하자. 그 순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어 비로소 감정의 실체가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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