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같이 온(?) 산후 우울증
눈물이 터졌다. 15개월 쪼그만 아이는 울고 있는 내 등에 다가와서 엄마- 엄마- 하며 업히려는 시늉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집 아기는 돌 전까지 원체 떼를 쓰거나 이유 없이 우는 적이 없었다. 항상 어딜 가든 싱글벙글 웃었다. 엄마와 아빠를 너무 좋아했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에 와서는 음식을 뱉고 던지고 묻히고 나가자고 떼쓰고 안아달라고 떼쓰고 내려달라고 떼쓰고 별의별 이유들로 떼를 쓰는데 아주 난리도 아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런 시즌이 ‘잠시’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 현실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남편은 회사에서의 일도 고되고 집안일도 육아도 많이 하는 편이라 매일 일찍 잠이 든다. 아이에게 너무 좋은 아빠고 나에게도 멋진 남편이지만 아무래도 체력적인 한계가 있다 보니 주말에는 낮잠을 잘 때가 많다. 그렇게 남편이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어느 주말, 아기는 빨대 꽂아 먹던 우유를 책에 엎어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고, 집은 치워도 치워도 더럽고, 설거지는 해도 해도 계속 쌓이고 남편이 점심때 시킨 치킨이 너무 뻑뻑하고 맛이 없어서 나는 정말 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항상 부스스하고 초라하고 너무 많이 살쪄버린 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왈칵 눈물이 나왔다.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 결국 나의 이 눈물도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자라면 하나의 에피소드로나 남을 것이다. 별 거 아닌 일이다. 그렇지만 이 육아의 끝, 아니 끝까지 갈 것도 없고 5년 정도 후에 대체 나에게는 뭐가 남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갑자기 허무해진다. 프리랜서로 일했다 보니 돌아갈 회사도 없고, 친구들은 벌써 오래 일한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급으로 회사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새로운 도전도 두렵기만 하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 있는 사이에 할만한 일이 많이 없다. 지금까지는 항상 육아가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래도 할만하다고 대답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꼭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까진 아니어도 내가 어떻게 임신/출산과 관계없이(?)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아직까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왠지 이렇게 마흔이 되고 쉰이 될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자연스럽게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