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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un 05. 2023

출산 14개월 후, 아직도 낯선 나

 

아이는 별 탈없이 재밌고 즐겁게 잘 자라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임에도, 그 지루한 일상을 뚫고 조금씩 자라나는 새싹 같은 내 아이의 성장에 큰 기쁨을 느낀다.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의 역할이 적어지는 것 같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우리 집에 사는 아이는 투정도 없고 신체 발달도 나쁘지 않고 생글생글 잘 웃고 건강한 훌륭한 아이라서 '나만 멋진 엄마가 되면 돼'라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힌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아이가 나와는 다른 독립적인 주체라는 것을 매일 깨닫게 되었다. 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좋아하는 것도 성격도 기질도 다르다. 아이는 아이고 나는 나라는 걸 매일 느낀다.


육아 쪽은 순항 중인 것 같은데 가장 염려가 되는 건 역시 '나'다. 원래 60킬로대였던 나의 몸무게는 만삭 때 82kg, 지금은 73-4kg에 머무르고 있다. 원래 많이 먹기도 하고 장골 스타일이라서 60킬로 초반의 몸무게였어도 별로 뚱뚱해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봐도 너무 두툼하다. 모유수유를 후회하는 건 아닌데 모유 수유 때문에 가슴이 쳐졌고 배와 처진 가슴 사이의 약간의 공간에는 겨울이고 여름이고 계속 땀이 찬다. 막달에 튼살로 다 터진 아랫배는 아직도 쭈글쭈글하다. 왼쪽 목에는 임신 때 생겼던 검은 쥐젖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가끔 나는 거울을 보다가 깜짝깜짝 놀란다. 아직도 내 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예전 사진을 보면서도 놀란다. 나 되게 예뻤었네.


처진 가슴과 쭈글쭈글한 배는 돌아오지 않겠지만 다른데라도 빼보자란 생각에 식단도 하고 운동도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이런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임신 전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지금의 이 몸무게가 기본값이 되어버린 출산 후에는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다시 '나'를 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조금의 시간을 만들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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