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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방이 Mar 10. 2024

D-19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질투한다

강한 마음이 되고싶은, 나의 스물여섯 이야기



비교와 망각


  만약 1일에 초코바 한개를 먹고, 2일에는 물 한컵, 3일에 사과 한조각을 먹었다고 가정해보자. 4일에 공깃밥과 반찬만 있어도 허겁지겁 맛있게 먹을 것이다. 별거아닌 밥상이지만 역시 이런 게 행복이라며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다. 그렇게 5일, 6일, 7일의 밥상이 공깃밥과 똑같은 반찬들로 구성되면 어찌 될까? 권태를 느낀다. 배는 고프지 않을지라도, 식사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타인에게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일일지라도,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 본인에게 찾아오면 그 첫 자극은 짜릿하고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아무리 타인에게 진귀한 일일지라도, 본인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에 지루한 권태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는 이 D-30챌린지를 하기 전에, 스스로 내 인생에 대한 권태를 느끼고 있는 줄 알았다. 내 삶, 내 사랑, 일자리, 돈, 관계 등에 대한 무료한 감정에 빠져 도태되어가고 있는 줄 알았다. 요 며칠동안 깨달은 나는 아직 권태 단계조차도 아닌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요즘 별거아닌 밥상이지만 히히덕대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하는 새로움들은 누군가에겐 너무 별거 아닌 도전들로 가득할 지 모른다. 하지만 별거아닌 행동조차 편안하게 혹은 쉽게 행하지 못한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나의 챌린지 시작 의의였달까.


  그래서 오늘의 도전은 오늘 일하러 갈 때 탄 버스에서 내릴 때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길 다짐했다. 버스에 앉아 조용히 햇살을 받으며 창밖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행복감을 느꼈다. 내가 이리도 편안하게 저 먼 곳까지 가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그 순간 나의 안도감으로 평화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그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버스 기사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엄청나게 큰 감사함은 아니다. 그저 마음에 잠시 민들레 홀씨가 내려와 앉듯 사뿐하고 가벼운 크기의 감사였다. 

  예전에 어떤 아저씨가 버스에 내리실 때, 엄청난 복식호흡식 소리로 "감사합니다-!"라 하시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너무 정겹고, 한편으론 재밌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나도 정겹고 당당해져보고 싶어서였을까. 그 아저씨를 따라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릴 때 외칠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긴장되더라. 괜히 기사님을 힐끗힐끗 보며 타이밍을 엿봤다. 그러다 문이 촤자작 열리고, 나는 외쳤다!


  사실 갑자기 도전한 순간이라 엉겁결에 한 나는, 소리가 아저씨처럼 크진 못했다. 내릴 때도 약간 도망치듯 분주하기 바빴고. 그러나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점차 쉬워지니깐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는 중이다.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괜찮아, 내 마음과 의지가 중요하니깐. 

  오늘 버스에서 나와 길거리를 걸어갈 때 평소와 달랐다. 좋은 마음이 생기고, 좋은 마음을 표현하는 행동을 거치고나면 내 표정도 풀리고 내 심장도 사뭇 상기되더라. 그런데 잠깐 그런 스스로가 웃겼다. 너무 별거 아닌 걸로, 혼자 마음 먹곤, 긴장도 하고, 도전했다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혼자 지내는 것을 심심해하던 나는 요즘 자꾸 내 스스로를 웃겨한달까!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질투한다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해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마주한게 꽤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왜 그리도 힘들어하고 구석에 숨어들었던 걸까. 웅크리고 있던 과거의 나는,  웃음을 되찾고 강해지려 허덕이는 현재의 나를 질투할 지 모른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 질투심에 안도하며- 내일도 모레도 단단해지고 싶다. 더이상 웅크리는 내가 현재의 내가 되지 않도록,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작은 것부터 단단하게 쌓아가고 싶다. 



From. 윤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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