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편지한통 굴러다닙니다_6편>
*이 글은 그저 편지다.
편지지에 담아 보내지 않는 편지. 나의 마음이라는 편지지에 그저 당신을 그려보는, 이기적인 것 중 가장 이타적인 편지다. 나의 글자가 틀려 다시 지웠다 쓸 일 없는, 오로지 편한 상태에서 쓸 수 있는, 편지지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할 것만 같은 눈치를 보지 않아도 괜찮은, 나의 편지.
당신 몰래 쓰는 이 마음들이, 나도 몰래 당신의 복으로 가 닿길.
안녕하세요 이른 아침에 탑승했던 꽃무늬 셔츠를 입은 승객입니다.
지각이 두려워, 먼 거리 예상비용에도 불구하고 큰맘 먹고 택시를 탔어요. 슝-슝- 빠르게 가주셔서 너무 행운스럽더라구요. 창문으로 활짝 시원한 바람들이 저를 샤워시켰어요. 기분 좋게 편안해졌구요. 거의 도착했을 때, 드디어 한 마디 꺼내셨지요? 조용히 갈 수 있어서 편했지만, 작은 대화마저 오늘의 저를 평화롭게 했어요. 저는 택시에 타면 내성적인데 말이죠.
그 말이 마음에 들어왔을 때, 출근하기 바빴던 아침을 녹여줬답니다. 저는 아직 아이로 사는 게 익숙하고 좋나 봐요. 어른이 된 척하지 않은 채, 그저 해맑게 웃으며 놀아도 된다는 그 말에 튀어 오르는 아이. 저보다 더 부지런히, 더 치열하게 사는 청년들이 기사님의 차에 우연히 타게 되면 좋겠네요. 조금이나마 마음이 쉴 수 있도록 그들의 숨구멍이 살랑이면 좋겠어요.
웃음. 웃음이 주는 힘은 엄청나더라구요. 소리뿐 아니라 미소라는 표정이 주는 힘도 놀라운 것을 오늘 기사님과의 대화 속에서 느꼈어요. 저는, 멀미 때문에 창문을 아래 저 끝까지 내려 넣고 아무리 강한 바람일지라도 얼굴에 따귀를 맞아야 멀미가 덜 해요. 그래서, 점점, 기사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점점- 상체를 앞으로 숙여 당신이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한 번씩 훔치듯 들리는 흐릿한 몇 마디뿐.
가족. 좋으면 됐지. 놀러가- 결혼. 행복. 아들.
그 몇 개의 흔적들을 추적하여, 분명 따뜻하거나 사랑스러운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며 단정하고, 미소 지으며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네, 거짓말인 거죠. 이야기를 듣지도 알지도 못했는데 그저 웃다니. 제가 이야기도 모르면서 웃을 때, 한 번씩 사뭇 진지한 기사님의 이마가 거울로 보였습니다. 급히 웃음을 멈추고 저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님의 표정 속 스토리를 들으려 보았죠. 들리는 것은 여전히 없었지만, 보이는 것도 믿을 수 없더라구요. 우리는 무엇으로 대화했을까요. 내릴 때 분명 둘 다 기분이 들뜬 채로 서로를 응원했는데, 우리는 어떤 대화에 마음이 움직인 걸까요.
오전을 이렇게 시작하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만약 누군가가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이런 내적 스토리가 휘몰아칠 수 있겠죠.
'아침에 조금 서두르게 나오느라 긴장감이 있었고, 그러다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을 때 늦지 않을 예정에 대한 안도감이 찾아왔지만, 택시비가 많이 나올 것에 기분이 찝찝해졌다. 그러다 다음 달에 낼 카드값이 떠올라서 카드앱에 들어갔다 나왔다가, 바람이 살살 불어 그래 나중에 정리하자며 휴대폰을 끄고 창 밖을 보니 다시 평화로웠다. 화장을 덜 한 걸 깨닫고, 갑자기 부랴부랴 화장품을 꺼내 들고 라인을 그릴 땐 잠시 침착해졌다가...'
평범한 일상 중에 가장 시끄러운 오늘의 저에게 질문("오늘 기분이 어때?")하는 사람이 만일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이라면, 아주 많은 생략이 침범하게 되더라구요.
'아침에 조금 서두르게 나오느라 긴장감이 있었고, 그러다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을 때 늦지 않을 예정에 대한 안도감이 찾아왔지만, 택시비가 많이 나올 것에 기분이 찝찝해졌다. 그러다 다음 달에 낼 카드값이 떠올라서 카드앱에 들어갔다 나왔다가, 바람이 살살 불어 그래 나중에 정리하자며 휴대폰을 끄고 창 밖을 보니 다시 평화로웠다. 화장을 덜 한 걸 깨닫고, 갑자기 부랴부랴 화장품을 꺼내 들고 라인을 그릴 땐 잠시 침착해졌다가...'
(일상+질문) - 편안한만큼x생략 = '아침에 긴, , , 바람이 살살 평화로웠다. '
지나친 생략 끝에 생성된 언어는 진실된 단어와 거짓된 맥락이 섞여있네요. 지나친 생략 끝에 생성된 표정도 진실된 마음과 거짓된 정보가 섞여있겠구요.
솔직함에서 거리가 멀어 혼란스럽다면 잠깐 멈추겠는데, 오늘 아침은 솔직함을 바라보며 저 멀리서 춤추고 있는 '거리감 있는 대화'가 혼란스럽지 않고 그저 좋네요.
감사해요 기사님. 들리지 않던 당신의 스토리가 훨훨 날아가버렸지만, 아쉬워 미안스럽진 않아요 이기적이게도. 우리 아침 혼란스럽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그저 기쁘게 감사할래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