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 학교에서 도서관 봉사를 시작했다.
올해 1학기에 맞춰 전학을 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이 학교에는 사서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슨 사정인지 사서 채용이 계속 늦춰진다는 통보가 있었고, 그 공백은 학부모 자원봉사로 채워지고 있었다. 어떤 영역이든 자원봉사자가 차고 넘치는 일은 거의 없는 법. 몇 번이고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알림이 울렸지만 1학기는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다 2학기 때는 간곡한 부탁이 서려 있는 알림을 무시하지 못하고 봉사에 응했다. 사실 봉사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한 달에 고작 두세 번, 3시간 동안 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2학기에 들어서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사서 선생님이 채용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럼에도 자원봉사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새로 오시는 사서 선생님이 체계를 잡아가는 동안 옆에서 돕는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한 달에 두 번 정도 사서 선생님 곁에서 잔무를 돕는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서 시작하는지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시간은 피해서 봉사한다. 그럼에도 하교 후 남아서 독서를 하는 아이들이 꽤 있고,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거나 학원에 갈 시간이 애매해서 남아있는 친구들이 있다.
도서관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큰 이유는 물론 봉사자가 부족해서였지만 도통 내막을 알 수 없는 아이들 학교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엿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컸다. 물론 두 딸은 하교 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전달해주는 이야기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전학 온 후에 아이들 친구에 대한 정보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학부모가 하나도 없다는 답답함이 늘 있었다. 부러 먼저 연락해서 친교 관계를 맺는 사교적 성격은 못 되는지라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답답함이 해소될 수 있는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내가 맡은 시간에는 봉사자가 단독으로 있을 뿐이라 다른 학부모님과 교류는 할 수 없었다.
다소 기대와는 다르지만, 그 이상으로 얻는 수확도 꽤 쏠쏠했다. 하교 시간에 도서관에 있으면 도서관의 너른 유리창으로 서둘러 하교하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반짝거리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생명력들이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넋 놓고 한참을 구경하곤 한다. 차츰 추워지면서 바뀌는 아이들 옷차림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크다. 아침마다 두 딸의 코디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하는 딸딸 엄마에게 큰 인사이트를 선사해준다.
무엇보다 도서관에 앉아서 골몰히 책에 집중하는 아이들은 그렇게나 어여쁠 수가 없다. 점점 종이책을 읽는 것과 멀어지는 세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응축된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은 종이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참으로 기특하다. 고작 한 달에 두세 번 하는 봉사자로 도서관에 오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학년에 비해 꽤 두꺼운 책을 빌려보고 선생님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는 아이들, 한참을 고심한 끝에 신중하게 책을 선택해서 빌리는 아이들, 자신이 봤던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말하고 싶어 하는 단골 귀요미들도 꼭 있다.
그저 작고 불완전한 존재들로 여겨질 수 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저런 경험과 배움을 통해 성장해가는 에너지를 느낄 수가 있다. 저마다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대출하는 아이들에게 함박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본다. 아쉽게도 마스크가 내 간절한 미소를 막고 있지만 그 마음만큼은 전달될 수 있기를.
수많은 삶과 열정이 응축된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고 각자의 몫을 살아낼 그들에게 아주 잠깐이나마 스치는 존재가 되고 있음에 문득 감사하다. 이 아이들은 어떤 삶을 그려 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분명 도서관에서 본 책들과 시간이 그네들의 삶의 한 조각을 빚어내는 데 보탬이 되고 있음을 믿는다.
너희들의 삶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