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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겐빵 Apr 18. 2022

서울 260번과 150번 버스의 공통점

하루를 밝히는 사람들이 모인 곳

서울시립대에서 도시 설계 전공을 하다 보니 밤샘이 일상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막차 넘어까지 공부나 과제를  일이 잦아졌다. 평소면 지하철을 타면 바로  집인데 지하철은 첫차를 기다리기 애매할 때가 많다. 올빼미버스도   타봤는데, 아쉽게도 우리  근처를 가지 않아 집까지 걸어가는 것도 수고로운 일이었다.


그런 나에게 중랑에서 3 55분에 출발하는 260 버스 도봉산에서 3 57분에 출발하는 150 버스 지하철보다도 빠르게 우리 집에 데려다주는 소중이 버스들이다. 나는 버스를 타면 보통 휘경동에서 260번을 타고 광화문에서 150번으로 갈아탄다.



처음으로 학교에서 밤새우고 260번을 탔던 날이었다. 분명 첫차인데, 버스 도착 안내 전광판에는 혼잡이라는 빨간색 글씨가 쓰여있었다. 에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겠어,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하필이면 설계 모형까지 들고 탔던 날이었다. 설계 모형을 버스 천장에 닿을 듯 높게 들고, 가방을 앞으로 메어, 사람들 사이에서 끼여 타느라 안간힘이었다. 그때 어느 한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학생, 가방 이리 줘"


260번 버스 첫차에는 약간 연세가 있으신 아주머니들과 아버님들이 많이 타신다. 원래의 나라면 한창 잘 시간에, 그들이 어디를 그렇게 가나 싶었다. 그리고 몇 번 타면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을 캐치하기 시작했다.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동묘앞', '종로1', '광화문'


광화문을 지난 260번 버스는 여전히 사람이 꽤 타고 있지만, 최소한 비어있는 자리는 있다.


 번은 멋모르고 260번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에 종로5가였나, 즈음에서 150 버스로 갈아탄 적이 있다.   오산이었다. 혼잡 넘어 시루떡 단계가 있다면 바로  버스가 아닐까 생각이  정도였다.


그렇게 버스 안에서 끼여 타던 나에게 보인 것은, 출근 시간 특유의 스마트폰만 보면서 가는 회사원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며, 앉아계시는 아주머니가  있는 사람 짐도 들어주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버스 안의 풍경이었다. 그들도 똑같이 '종로1' '광화문'에서 절반 가까이 내렸다. 서울역에서도  내린다. 참고로  한참을  가서 구로디지털단지도 넘어가서야 내린다.



생각해보면 260 버스도 같았다. 피곤한 눈을 비비던 나와 소곤소곤 사담을 나누며 이른 발걸음을 재촉하는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대조적이다. 마치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랄까. 나중에   타니까 나를 알아본 아주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 '종로1'에서 오피스 건물 청소를 한다고 하셨다. 다른 분은 원래 야간에 '광화문' 근처에서 김밥천국을 운영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전 5시에 맞춰 출근하신다고 하셨다.


나는 대학생이니만큼, 대학 캠퍼스라는 장소를 좋아한다. 항상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 들어, 그 광경을 오롯이 '관찰'만 해도 기분이 괜스레 좋아진다.


그런 나에게 새벽 첫차는  다른 느낌의 활기가 느껴지는 장소다. 퇴직도 한참 전에 하셨을 법한 분들이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새벽 4 버스에 몸을 싣는다. 매일매일,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그런 분들을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260번과 150 버스는 오늘도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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