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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09. 2023

열망을 태워 탄력있는 삶으로

우아한 백조는 물위에 고고하게 떠있지만 물밑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한다. 

우리 사는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속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디로 튈지 오르는 럭비공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것은, 그 변화무쌍함이 우리 삶을 탄력 있게 만들어 다시 뛰어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원래의 모양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탄성(彈性)’이라고 한다. 

고무나 스프링이 그렇다. 탄성의 성질처럼 외부 환경이 아무리 짓누르고 흔들어도 결국 사람은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의 급작스러운 변화나 피치 못할 상황이 오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초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살고자하는 열망은, 외부 환경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어떤 계기에 의해 탄력이 붙으면서 생겨난다. 자신에게 닥친 역경과 시련이 그저 불행이라고 여긴다면 이를 극복할 에너지를 얻지 못해 주저앉게 된다. 역경이 오히려 자신을 단련시키는 ‘탄성(彈性)’이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극복하는 과정조차 기꺼이 즐길 것이다. 나아가 스토리가 있는 삶으로 남을 것이다. 

탄성(嘆聲)을 자아내는 감동, 그리고 ‘나다운 나’로 돌아오는 탄성(彈性) 스토리가 여기 있다.



기적의 오케스트라꿈을 연주하다

-차고의 기적을 만든 엘시스테마


한 가닥 희망조차 이곳에선 사치였다. 지금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작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베네수엘라 빈민층 아이들이 총 대신 악기를 하나씩 쥐고 음악을 연주한다. 무상음악교육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기적이 불러온 결과다. 


영어로 ‘시스템’을 뜻하는 ‘엘 시스테마’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제도적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극심한 양극화로 국민들이 기본권을 위협받고 아이들도 범죄와 마약의 유혹에 빠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르간 연주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수도 카라카스의 변두리 지하 주차장에 11명의 빈민가 청소년들을 모아 손에 악기를 들려주었다. 

쓰레기를 주우며 생활하던 아이들은 석유드럼통, 숟가락 등 고물로 만든 자기만의 악기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 아이들은 절망 대신 희망을 보았고 슬픔 대신 환희를 맛보았다. 

2010년 한국을 찾은 아브레우는 “엘 시스테마는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자존감을 안겨줬으며 이는 베네수엘라의 시민정신으로 자라나 베네수엘라의 마약, 빈곤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는 단순한 음악 활동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꿈이자 용기이며 희망인 것이다.



역경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강진희


태어날 때부터 아무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들을 수 없으니 말로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다 몸짓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렇게 14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 청각장애인 발레리나 강진희 씨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은 노력을 등한시하는 하나의 ‘자기만족’일지 모른다. 신체적 약점 때문에 일반인보다 몇 배의 땀방울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통해 겨우 음악을 들으며 춤동작을 익혔고 비디오의 춤동작을 따라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하면서 집념을 불태웠다. 

청각장애라는 악조건에도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조승미 발레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농아인으로 구성된 비버데브예술단을 창단하기도 한 그녀는 “나를 보며 춤추고 싶다고 느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위기를 즐겨라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문제견 행동교정해주는 반려견 행동전문가 시저 밀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매주 1,100만 명이 시청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의 프로그램 ‘시저 밀란의 도그 위스퍼러’가 있다. 반려견 행동전문가인 시저 밀란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들을 관찰하고 원인을 파악해 개와 개 주인을 변화시키는 내용이다. 

시저 밀란은 개의 마음을 읽듯 사납거나 문제 있는 개들을 잘 다루고 문제 행동을 교정해 유명해졌다. 그는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었지만 한 때 고통과 절망으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불과 몇 년 전, 사랑하던 반려견이 암으로 죽고 16년간 결혼생활을 했던 아내는 이혼을 통보하고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등을 돌렸고, 연이은 사업 실패로 돈은 바닥났다. 

인생의 패배자라고 생각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동에서 깨어났지만 우울증과 분노, 정서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개들과 교감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갔다. 


“만일 여러분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우울하고, 자살하고 싶다면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세요. 가족이든, 친구든, 치료사든, 생명의 전화 상담사든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소통하세요. 거기에 우리의 생명이 달려 있습니다.” 


그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빛나고 있다”면서 “당신의 삶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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