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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07. 2023

당신의 인생, 즐기고 있습니까?

일이 놀이가 되는 마법

우리는 흔히 ‘인생을 즐기라’는 말을 한다. 이는 일상이나 여가에서 뿐 아니라, 자기 일에서도 매 순간을 즐기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즐긴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사전적으로 ‘즐기다는 즐겁게 누리거나 맛보다, 또는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 하다’라는 뜻이 있다. 

우리가 일을 하든, 휴식을 취하든, 어떤 놀이를 하든, 즐긴다는 것은 내 스스로가 관심 있는 무언가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하는 상태가 아닐까. 여기서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무언가는, 본인이 하고 있는 일과 관계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자유기고가로 활동해 온 나는 그야말로 일을 통해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체험하며 살아왔다.

자유기고가는 말 그대로, 각종 매체에 자유롭게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원고청탁을 받아 인터뷰 및 탐방, 여행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해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이다. 자유기고가로 일하다 보면 수많은 현장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동안 직장인, 학생, 주부, 농부, 시골장터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 은퇴 후 봉사의 삶을 사는 고령자 등 평범한 우리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 또 일반인들이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회 각 분야의 명사들이나 인기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예전에 강지원 변호사를 인터뷰했을 때는 환갑을 계기로 ‘인생 2막을 봉사의 삶’으로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설산 8000미터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만났을 때는, 30년 간 산에서 살았던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학교 짓는 이야기, 또 히말라야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인연들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평소 TV에서 익숙히 보던 연예인이나 방송인을 직접 대면하면 처음엔 신기하고 떨리기도 한다. 더구나 나는 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지 않는가? 10여년 전에 만났던 김주하 앵커는 똑똑한 이미지에 더해 빼어난 외모를 지녔다.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히 말했다.

“앵커님, 미모가 정말 남다르세요! 웬만한 여자 탤런트 보다 훨씬 미인이세요!”

그는 손사래 치면서 대답했다.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의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닌가 합니다. 또 한편으론 앵커나 아나운서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일을 즐기는 가운데 인생 배우며 생계도 유지 


어느 해 추운 겨울, 경기도의 한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했을 때였다. 아빠 없이 허름한 단칸방에 살면서 직장 다니는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두 어린 형제의 눈망울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대통령부터 거지까지 만나는 직업이 기자라고 했던가. 

나는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을 만날 때 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특히 사회의 관심밖에 있는 소외된 이들을 만날 때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느낀다. 그리고 마치 내가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된 양,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과 울림을 전하고 싶다.


취재를 하고 글을 써 내려갈 때, 나는 진정으로 일을 즐기고 있음을 느낀다. 또한 내 글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은 감동과 울림을 느낄 것이라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혼자 현장을 취재하고 글을 쓰지만, 따져보면 이는 결코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하기에, 이 일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즐기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즐긴다는 것은 하나의 ‘축제’ 같은 것이다. 모든 것을 축제처럼 즐기는 가운데, 나는 인생을 배우고 지혜를 얻으며 더불어 생계도 유지하고 있다.   



일을 통해 진정한 자유’ 누린다면일도 하나의 놀이


사실 ‘일을 즐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이라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지’ 보다는 ‘의무감’이 더 강하다. 하지만 일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면, 일 역시 하나의 놀이처럼 즐거울 것이다.

 

몇 년 전 충남 홍성에 있는 ‘그림이 있는 정원’이라는 수목원을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정작 아름다운 정원보다도, 그 속에 숨어있는 사연 때문에 가슴 뭉클한 여운을 느꼈다. 수목원 대표인 아버지가 23살에 장애인이 된 아들을 위해 직접 가꾸고 만든 개인 정원이었는데, 그 아들은 구족화가가 되어 수목원 내 갤러리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인터뷰 중, 아버지가 아들 이야기를 할 때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 지 느꼈다.  


이렇듯 나는 직업상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즐긴다. 나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만남을 이어간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만남도 있고, 깊은 인연으로 맺어지는 만남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만남들을 ‘일상의 활력소’라 여기고 즐기면 어떨까. 동료들이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그 시간들을 온전히 즐기라는 것이다. 

일도 하나의 ‘놀이’라고 생각하면 온전히 즐기게 된다. 결국 세상 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일상이 놀이가 되고, 일이 놀이가 된다면 내 삶은 그만큼 더 즐겁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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