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우 Oct 20. 2020

<낮은 자존감에 관하여>

사는 게 열등하냐고, 삶이 내게 물었다

 자존감이 햇볕에 놓인 버터마냥 녹아내려서는 안 된다. 마음 따뜻한 사람이 차가운 사람보다 늘 쉽게 상처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온기를 내어준 것이 되레 자신의 자존감만 녹였을 뿐이었다.
 매번 그럴 순 없겠지만, 험한 세상 살아나가려면 자존감을 여러 봉지에 소분한 뒤 냉동실 깊숙한 곳에 꽁꽁 얼려 두는 방법도 괜찮다. 온도는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어서, 한 사람을 만나는 때 그 사람으로 인해 내 마음이 얼어버린다면 우린 그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하지만, 또 온도는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라서 내가 그보다 좀 더 차갑다면, 그의 온기로 인해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놓는 것보단 좀 차게 두는 것도 괜찮다. 상처에 관해서 만큼은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을 마음에 두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