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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Oct 08. 2019

몬트리올 여행 2일 차

Part 7. 소소함

밤에 살짝 달렸지만 아침은 상쾌했다.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리안, 샴페인, 샴, 나 이렇게 리 넷은 오늘 하루 같이 놀기로 얘기되지는 않았지만 저녁 이전까지는 전부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밖으로 같이 나가 놀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호스텔 근처에 있는 공원. 리안은 기타를 들고 나왔다. 공원에 도착하여 돌아다니다가 어느 벤치에 앉았고 곧이어 리안이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이 친구도 기타를 꾸준히 쳤기에 괜찮은 플레이를 하였다. 그러다가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는 샴페인의 실력이 궁금해진 우리는 샴페인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잠시 망설임의 시간을 가지던 샴페인은 곳이어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와.. 이렇게 기타를 쳐대야 레스토랑에서 돈 받고 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게 하는 신들림의 연주였다. 기타를 북이마냥 두드리며, 스트링들을 국수가락처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며, 더 놀라운 거는 그러면서 나오는 음들 간의 화음이다. 그냥 예술.. 그렇기에 그 장면을 들고 있던 카메라로 녹음을 하였다. 리안도 샴페인의 플레이를 듣더니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렇게 두곡 정도의 신들린 기타 연주를 듣고 나서 배고파진 우리들은 몬트리올에 와서 먹을 수 있는 '몬트리올 스타일 훈제 고기'를 먹으러 갔다.


 

몬트리올 스타일 훈제 고기

맛집에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섰다. 역시 어딜 가나 맛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다 같은가 보다. 10분 정도 줄을 스고 나서야 마침내 그 맛있다던 훈제고기 샌드위치를 주문할 수 있었다. 크기는 적당한 샌드위치 사이즈였지만 안에 들어있는 고기는 적당한 양 이상이었다. 그 육즙과 그 열기에 같이 들어있던 치즈는 녹아서 손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입 물은 나의 입안은 맛에 환호를 하였고, 한창 먹을 나이에 있는 나는 이내 금방 그 양 많던 샌드위치를 끝장내버렸다.  옆에서 조용히 한입 한입 먹고 있던 샴은 그 광경을 말없이 조용히 지켜보았다. 먹기를 마친 나는 샴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아직 반쪽이 남아 있던 샴은 이내 포기를 했는지 그 남은 반쪽을 나에게 넘겼다. 맛있어 모이길래 눈치 없이 지켜보던 나는 고맙다고 하고 바로 받아 그 남은 반쪽 샌드위치를 먹어버렸다. 내 먹는 모습이 먹방을 찍어도 될 만큼의 퀄리티?가 있었는지 샴은 잔잔히 입가에 알게 모르게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읽고 있던 책을 다시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책은 '로빈슨 크루소'의 무인도 생활기였으며, 나는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로 내용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다. 책 내용은 분명 영화와는 또 다르겠지라고 생각하며 다른 친구들을 다봤다. 동시에 줄을 서지 않았기에 이제 막 샌드위치를 받아서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리안과, 막 주문하기 시작한 샴페인 둘 다 평온한 표정이었다. 기다림에 여유가 느껴지는 것을 보는 것은 시골에서 초등학교 때 버스 타려고 아침 7시에 30분 동안 걸에서 20분 기다린 그때 빼고는 간만이었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몬트리올이란 도시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몬트리올이라는 도시를 그렇게 탈바꿈시켰는지는 모는 상태로 그렇게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고 여유를 즐겼다.


 

다먹고 샴(앞), 리안(뒤)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

그러다, 리안과 샴페인은 공연이 있어서 해어졌고, 샘과 나는 근처에 있는 의미심장한 교회?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몬트리올에서는 가장 웅장하게 생긴 건물이었지만 샴은 코웃음을 쳤다. 유럽에는 이런 건물들은 흔하며, 더 웅장한 건물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나중에 직접 유럽을 가보고 샴이 이때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덜?웅장하고 멋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냥 화려했다. 입.출구를 제외한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입구는 여러 색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그 장애물들을 뚫고 들어온 빛들은 가지각색으로 빛났다. 옛날 사람들의 예술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저런 유리들을?? 그렇게 시간을 좀 더 보내고 나니 벌써 호스텔에 갈 시간이 되었다. 나와 샴은 충분히 하루를 알차게 보내었기에 심신이 피곤해 있었고,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스텔로 돌아갔다.


리안은 얼마 지나지 안아 호스텔로 돌아왔고, 샴페인은 그것보다 더 늦게 있다가 들어왔다. 둘 다 공연을 마치고 온 참이라 피곤하여 그렇게 이날은 차분히 지나갔다.


다음날 이미 구한 라이드쉐어로 오타와로 가려고 짐을 꾸리고 다들 잠들어 있었기에 조용히 방을 나왔다. 전날 facebook을 교환한 우리였기에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난 아쉽게 발길을 오타와로 돌렸다. "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이럴 때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짧은 여행에서 느낀 점은, 캐나다 워홀 오길 정말 잘했다 이다.



개인적인 생각 - 가끔씩 지금 이 순간이 좀 더 오래갔으면 하는 때가 있다. 또 때로는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때가 있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기적이라면 또 이기적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 이것을 이기적이라고 말한다면, 난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서 이기적으로 살다가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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