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여행 1일 차
Part 6. 첫 경험의 신선함
대학교 때였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친구와 자전거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강릉에서 제주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자전거 처음 7일간의 국토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맛보게 되었고, 지금 그날들을 기억하면, 기억나는 건 밤낮으로 달렸던 기억이 주가 되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지금은 몬트리올에 있다. 여행이란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쓰는 말이 다르며, 생활환경,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싶다. 이게 뭔가...?! 이럴 수 있나 생각 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몬트리올을 처음으로 접한 나의 눈에 비친 몬트리올은 "여기가 유럽?"이런 느낌이었다. 그런 도시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바로 숙박을 알아봤다. 장소 위치를 집에서 충분히(?) 숙지해온 나지만, 현지인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작인 길 물어보기를 시전해 보고 싶어서 주변에 있던 가게들 중 하나로 들어갔다. 가계 주인 두 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어주시며,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셨고, 내가 가려던 호스텔 이름을 대면서 여기로 가려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질문에 질문을 던졌다. 여유로 충만하신 두 분은 친절히 위치를 알려주셨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내가 길을 또(?) 잘못 들었나 라는 생각 중에 찬찬히 집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그중에 하나가 온라인 상에서 봤던 호스텔이랑 비슷해 보였고, 결정적으로 그 집 앞에 작게 'Hostel'이라고 써져있었다. "윌리를 찾아라."를 잘했던 나지만, 살짝의 멘붕엔 장사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카운터 사람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숙박료는 이미 온라인으로 계산이 되었었기에, 나는 방을 배정받았고, 카운터 친구가 또 다른 친절함으로 호스텔 이곳저곳을 보여줬다. 호스텔이라 이미 먼저 투숙하러 온 고객님들이 이곳저곳에 있었고, 간혹 인사도 서로 나누았다. 휴 잭맨이 나오는 영화 '노팅힐'을 봤던 나는 휴 잭맨이 살던 집과 이 호스텔이 오버랩되었다. 분위기 있는 것이 하룻밤만 지내고 간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호스텔 짧지만 인상 깊었던 투어가 끝난 후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방에는 캐나다인, 호주인, 독일인 이렇게 총 3명이 면저 와 머물고 있었었고, 침대는 2층 침대 3개가 있었으며, 공간은 딱 안성맞춤이었다. 캐나다 친구의 이름은 리안. 리안은 자신의 기타를 가지고 만지작.. 만지작하고 있었다. 독일인 친구의 이름은 샴, 독서를 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호주 친구는 샴페인. 설마 하면서 이름을 여러 번 물어봤지만 샴페인이었다. 마시는 샴페인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살짝? 놀랐다. 그렇게 방 사람들과의 인사를 가볍게 마치고 나서 가져온 짐이 별로 없기에 잠시 침대에 누워서 리안의 플레이를 잠시 감상했다. 평소에도 꾸준히 기타를 쳐온 솜씨에 기분이 저절로 즐거워졌다. 그렇게 잠시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 플레이가 멈추더니 리안이 나를 부른다. "Wanna hang out now?" 아무런 계획이 없던 나이기에 바로 "ㅇㅇ" 하고 방을 같이 나갔다.
호스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는데, 리안이 자전거를 제안한다. 신문배달 2년 6개월로 갈고닦은 내 자전거 실력과 사랑이 나에게 "Yes!!"를 외치고, 우린 어느새 자전거를 빌려 몬트리올 시내를 달리고 있다. 차들도 천천히 다니거니와 모두에게 여유가 느껴지는 몬트리올 시내 한복판에서의 자전거 라이딩은, 암스테르담에서의 자전거 타기를 떠오르게 만든다. 몬트리올에 산이 하나 있는데, 리안이 잠시 부르더니, "Young, there is a mountain, we can ride bike to get to the summit. The view from the top is amazing! wanna go?"라고 제안을 한다. "Sure!"을 외치며 우리는 곧바로 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공원이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날씨가 좋았기에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여유로운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마냥 보기 좋다. 이런 여유를 놔두고 오자마자 김밥말이나 계속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그것이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아 약간 씁쓸? 한 맛을 느끼며, 그렇게 잠깐의 후식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꼭대기를 향해 자전거를 돌렸다.
얼마 더 가다 보니 드디어 정상이 나왔다. 와.. 몬트리올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정상. 전혀 기대 안 하고 본 풍경이기에 내 뇌리에 각인이 확실하게 새겨진다. 고층빌딩들과 깨끗한 공기, 그냥 좋았다. 혹시라도 몬트리올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이 곳은 꼭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후 호스텔로 발길을 돌렸다.
호스텔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난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술자리를 가졌다. 호스텔 투숙객들과 이런 저련 얘기를 나누면서 술이 무르익을 무렵, 리안이 언제 떠날 거냐고 물어보길래 내일이라고 답 하였다. 그러자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하루만 더 있으라고 하면서 좀 더 놀자고 했다. 잘 모르겠다고 하자, 다시금 더 머물다 가라고 얘기하고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기에, "Why not!?"을 외치고 결국 그렇게 얼떨결에 하룻밤을 더 머물게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 - 무엇을 하던, 처음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첫사랑, 첫 여행, 첫 입학, 군대에서의 첫날, 처음 치과를 간 날 등. 이 첫 경험이 즐겁고 설레었다면 그다음 경험들은 대부분 즐거움에 속하고, 아니라면 트라우마를 주기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행은 고생조차도 즐거움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력을 가졌기에, 그러기에 여행의 첫 경험은, 그리고 해외에서의 첫 여행은 나에게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