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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May 16. 2023

걱정도 팔자다. 그래서 더 큰 기쁨이었을 거야

스승의 날

# 2023. 5. 15. 12:36


갑자기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내가 가르치는 학급이고, 수업 있을 때만 얼굴을 보고 수업 중에 잘 웃는 여경 교육생인데,

갑자기 상담할 게 있다면서 만나길 원하는 문자였다.


"무슨 일이 있나, 무슨 일이 생겼나, 학교 생활이 힘든가, 어떤 피해를 당했는가??????"라는

수만 가지 걱정이 생겼다.


갑자기 무슨 일인데 보자고 하는가라는 불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가슴 전체로 번지는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몇 통의 문자가 서로 오가면서 장소가 정해졌다.

미리 장소에 갔다. 바로 학교 안에 있는 적보사라는 공간으로,


큰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보사에 가서 부처님 앞에 향도 꽂아 놓고,

잔잔한 불교 명상음악도 틀어놓았다.


어떤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이곳에서 만큼은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을 했다.


불안한 마음속에서 일초 일분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 이 자리가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시지프의 바위 굴리기와 같아서 불안한 걱정이 왔다가 무슨 일 없을 거야라고 밀어내는 시간의 반복이 계속 흘렀다.



# 와하....


적보사 안에 앉아서 바깥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그때,

내가 가르치는 학급의 여경 교육생, 

나에게 문자를 줬던 여경 교육생, 그리고 다른 여경 교육생 2명 

나와 눈이 마주칠 때,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더 큰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들어오는 그녀들의 입술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두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한 채로 다가오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도, 마치 차량 앞 유리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와이퍼가 닦아내듯이 사라져 갔다.


여성 교육생들 : 교수님 여기 계셨어요, 안에 계신 줄도 모르고 밖에서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 100 명하고 인사했어요


적보사로 들어오는 여성 교육생들의 합창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적보사 안에 가득해졌다. 


나는 그녀들의 속도 모르고 불안감을 티 내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나 : 여기를 내가 관리하고 있어서 그래서 이곳에서 보자고 했는데, 밖인 줄 알았구먼. 미안 미안 아임쏴리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녀들 

내 앞에 마주 앉은 채로 수줍게 내게 내미는 그 무엇,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최고 값어치가 있고, 고귀하고, 정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꽃다발이었다.

스승의 날에 받은 아름답고 고귀한 선물

기대하지 않았기에 깜짝 놀랐고, 정성이 가득 들어서 두 배, 세 배, 만 배의 기쁨이었다.


사서 걱정했던 나 자신이 초라해졌지만, 그래도 걱정거리가 아니었기에 더욱더 큰 기쁨이고 감동이었다. 


스승의 날이라고, 그래도 학교 안에 있는 많은 교수들 중에 나를 좋은 스승으로 봐주었으니, 기쁨은 절로 절로 솟아났다.


나 :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라고 걱정되어서, 며칠 전에도 누가 전세사기 당한 것 같다고 문자로 상담을 해온 일이 있어서. 그래서 이렇게 음악도 잔잔하게 틀어놓고, 향도 피우고 그랬지.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게 하려고
여경 교육생 : 정말이요, 그래서 이렇게 음악도, 좋은 향냄새도 났구나, 교수님이 마음 풀어주려고 일부러


라고 이야기 하면서 서로 웃었다. 걱정이 아닌 정말 선물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서로 감동감동 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큰 기쁨, 그리고 감동.


인생이란 하루하루 그냥 버티면 살아가는 거고, 일분 일분 치열하지만 버틸 수 있고, 일초 일초 다툼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바꿀정도의 큰 다툼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느꼈다.


걱정도 팔자, 사서라도 걱정을 하지 말자.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까지 좋은 쪽으로만 생각을 하자


난 너무 걱정이 앞서서 탈이다....

세상을 몸소 부딪치며 살았더니, 

아마도 힘들게 힘들게 언덕을 혼자의 힘으로 넘는 세상을 살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보니 걱정거리보다는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더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오늘 스승의 날,

그리고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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