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활주로가 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착륙을 허락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내리진 않는다

by 별하

[작가 노트]

사랑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한다.
젊은 사랑은 뜨겁고, 늙은 사랑은 깊다.


그날 나는 “사랑의 불시착”이란 말의 진짜 의미를 보았다.
그건 드라마 속 로맨스가 아니라, 안갯속 다른 활주로를 찾아간 두 사람의 사랑으로,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사랑을 한다. 연인의 사랑, 가족의 사랑, 부모의 사랑, 그리고 때로는 잘못된 사랑까지, 누구나 사랑의 이름으로 울고 웃지만, 사랑의 끝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의 사랑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내가 형사계에 있을 때, 그런 ‘불시착한 사랑’을 마주했다.

그날 배당받은 사건은 성폭력 사건이었다.
“이게 뭐야… 미친 거 아냐” 기록을 읽자마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가해자는 40대 초반의 남자, 피해자는 6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피해 여성을 만났을 때, 그녀는 “죽고 싶다”며 흐느꼈다. 나는 치를 떨며 속으로 욕했다. “이런 개새끼, 사지를 찢어 죽여야…”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라 믿었다. 그런데 가해자를 마주한 순간, 모든 게 뒤집혔다.


그는 울면서 말했다. “형사님, 저는… 그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분도 저를 사랑했어요. 그런데 왜 제가 강간범입니까”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그는 외모도 준수한 영국 유학파 영어 강사였다. 누가 봐도 세련된 도시 남자였다. 그런데 그가 사랑했다는 대상은, 6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산악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험한 길을 오르고 내리며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다.
산이 이어준 인연이었다. 어느새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산 아래에서는 서로의 외로움을 위로해 주었다.

사랑은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불시착하고 있었다.


불시작의 문제는 세상의 시선, 그녀의 아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버렸다. 어머니의 ‘연하 남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아들은 분노했고, 그녀는 두려웠다.

결국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려다. ‘성폭행당했다’는 거짓말을 택했다. 사랑은 그렇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오해 속에서 깨졌다. 아들은 어머니의 진심을 몰랐고, 남자는 억울함에 경찰서 주차장에서 엉엉 울었다.

“형사님, 전 그 여자를 정말 사랑했어요. 그게 죄라면, 제가 죄인입니다” 이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랑이 죄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세상은 너무 잔인한 곳 아닐까. 결국 수사 결과, 두 사람은 ‘합의된 관계’였음이 밝혀졌다. 그녀의 거짓말은 죄책감의 산물이었고, 아들에게 미안한 어머니의 고백이었다.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생각했다.

“사랑에도 활주로가 있구나” 착륙이 모두의 환영을 받는다면 천국이지만, 가끔은 추락할 수도 있음을,



[소 에필로그]


그 남자는 지금쯤 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 여자는 아들과 괜찮아졌을까.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나이를 초월한 사랑이 조롱이 아니라 용기로 받아들여지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중얼거린다.

사랑의 이륙은 좋지만, 착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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