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신사의 미소, 한 점의 삼겹살

스탠드 고깃집에서 배운 존엄의 맛

by 별하

[작가 노트]

누군가에게는 식사 한 끼가 생존, 누군가에게는 식사 한 끼가 행복이다.

사람은 의(衣)·식(食)·주(住) 중 무엇이 먼저냐 묻지만, 결국 가장 인간적인 건 ‘먹는 일’ 아닐까.


그날, 나는 대형마트의 시식코너에서, 한 노숙 신사의 ‘행복한 식사’를 목격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속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사람은 삶을 위해 의식주를 내 편으로 만들고자 무던한 노력을 한다. 그중에서도 ‘식(食)’은 매일의 의식이자, 삶의 이유다. 누군가는 먹기 위해 살고, 누군가는 살기 위해 먹는다.

나도 가끔 헷갈린다. 병아리가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처럼 말이다.

경찰관인 나도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는다. 장바구니를 끌며 이리저리 돌다 보면 시식코너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를 이끈다.

이쑤시개에 삼겹살 한 점,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린 아이들 입에 쏙 넣어주는 이 작은 행복이 참 소중하다.

“음, 맛있네” 이 짧은 말속에 평화가 있다.


어느 그날, 익숙한 얼굴이 시식코너 앞에 서 있다. 한 손에는 소주 한 병과 종이 소주컵을, 다른 손엔 이쑤시개를, 아주 익숙한 의식처럼 그는 삼겹살 한 점을 콕 찍어 입에 넣은 뒤 소주를 조용히 종이컵에 따라 마신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그는 내 관할 구역의 노숙인 아저씨다.

“어, 경찰 아저씨네, 이거 먹어봐요 맛있어” 그는 그저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왜 아는 척을 하냐고… 왜 하필 여기서…’ 그런데 이상했다. 그의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머리도 단정하고, 면도도 하고, 깨끗하고 단정한 의복을 갖춘 말끔한 신사로 변해있었다.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외출 준비”를 한 것이었다. 마트를 찾아오기 위해,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저 삼겹살 한 점, 소주 한잔은 단순한 시식이 아니라 생존의 예절이었다.


갑자기 나는 부끄러웠다. 그동안 나는 노숙인을 ‘관리 대상’으로만 봤다.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면 “쫒아야 할 사람”으로 여겼다. 그가 술에 취해도, 나에게 인사해도 그저 쫒아야 할 존재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마트의 시식코너에서 행복을 맛보는 그의 웃음은, 어떤 부자보다 품격 있었다.

그는 자신만의 스탠드 고깃집을 연 셈이었다. 삼겹살 한 점, 소주 한 모금, 그리고 삶의 여유라는 인생의 여백의 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그날 누구보다 멋진 신사였다. 며칠이 지나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노숙인의 삶에도 철학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의 삶에는 절망 대신, 순간을 즐기는 인생의 유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시식은 단순한 걸식이 아닌, 존엄의 선언이었다.




[소 에필로그]

나는 여전히 가까운 대형마트를 간다.
시식코너 앞에 서면, 그때의 그 신사 아저씨가 떠오른다.

그의 웃음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경찰 아저씨,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예요, 고기 한 점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게 행복이지 뭐”


이제는 알겠다. 행복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존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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