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가야 분유 먹고 씩씩하게 커라.

경찰도 뜨거운 가슴이 있으니까

by 별하

[작가 노트]

그날 나는 법보다 따뜻함을 선택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구하는 건 때로 형법이 아니라, 한 통의 분유일지도 모른다.

법의 이름으로 판단하면 죄일지 모르지만,
가슴의 이름으로 보면 그건 단지 ‘살아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때는 전국이 ‘범죄자 척결’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다.
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모든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범죄자를 쫓았다.
성과표가 곧 평가표였고, 숫자가 곧 실적이었다.

물론 나도 함께 성과의 노예가 되었으나 마음 한쪽은 무거웠다.


“경찰이 사람을 고치는 일이지, 전과자를 만드는 일이 되어선 안 된다” 그게 내 신념이었다.


그날도 순찰 중이었다. 무전이 슬픈 목소리로 울렸다.


“순 22, 대형마트 절도 사건. 피의자 현장 체포 중” 현장에 도착하니 마트 사장이 씩씩대며 말했다.

“나도, 사정 봐주고 싶은데, 모든 사정을 봐주면 나는 장사 못 해요.”

그가 가리킨 곳엔, 어린아이를 업은 젊은 엄마가 서 있었다. 아이는 울었고, 엄마도 울었다.


“저 애기 엄마가, 분유통을 훔쳤어요”

그녀가 훔친 건 ‘임페리얼 분유’ 한 통, 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냐면… 나도 그 분유를 매일 탔기 때문이다. 새벽에도, 출근 전에도, 그건 내 아이가 먹는 분유였으니까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분유에 의지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나는 안다.
분유도 다 같은 게 아니다. 아기에게 맞지 않으면 설사하고, 맞는 분유를 찾으면 천사처럼 잠든다. 그래서 엄마들은 “우리 애는 임페리얼이랑 맞았어” 하며 안도한다. 이 말은 곧 “이제 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는 울면서 말했다. “모유도 안 나오고, 아기 아빠는… 자기 애 아니라며 떠났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그 개새끼… 싸지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책임이야”


그녀는 일할 곳도, 기댈 곳도, 아이에게 줄 따뜻한 분유 한 모금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직감했다.

지금 이 여자를 처벌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한다면, 그녀는 ‘절도범’이 아니라 그냥 세상을 등지는 ‘절망한 사람’이 될 거라고,


“사장님, 이 엄마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제가 깜빡했네요. 임페리얼 7통 주세요.”

“계산하면 훔친 게 아니죠.”


마트 사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기저귀는 내가 서비스로 드릴게요.”

마트의 무거운 공기는 어느새 나도, 마트 사장도 울컥해지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

나는 분유값을 계산하고, 아이 엄마에게 건넸다.

“이걸로 한 달은 버틸 겁니다. 아이 잘 먹이고, 꼭 살아야 해요.”

그녀는 울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경찰관님…”


아이는 여전히 울었지만, 그 울음 속에 희망이라는 씨앗이 피기를 바랐다.

나는 그날 범죄자를 놓아준 게 아니다. 그저 배고픈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하려고 했던 젊은 엄마를 도와준 것이다.


그녀의 손에 든 건 훔친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가 건넨 희망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후, 그녀에 대한 신고는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믿고 싶었던 ‘기적의 증거’ 일지도 모른다.



[소 에필로그]


경찰도 숫자가 아닌, 사람의 얼굴을 보는 직업이어야 한다. 나는 그날 ‘범죄’를 막은 게 아니라,
한 아이의 미래를 지켜냈다고 믿는다.


아가야, 아가야, 분유 먹고 씩씩하게 커라.
너의 엄마는 죄인이 아니야. 그저 너와 살기 위해 울었던 용감한 엄마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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